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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착한 아이 증후군 Ⅱ/ 동생에게 늘 지는 언니, 괜찮을까요?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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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Q 4세와 6세 두 딸을 키우는 맘입니다. 큰 딸은 너무 착해서 무조건 동생한테 양보를 합니다. 어쩔 땐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나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면 화장실에서 혼자 우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도 '저렇게 크면 자기 것도 못 챙기는 바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과 걱정이 많아집니다. 이럴 때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어느 날부터 딸이 학교에서 선행상을 학기마다 받아왔어요. 순간 저도 화가 나서 화를 냈어요. 행여 제가 싫어하는 제 모습에서 나타나는 선함? 착한 아이 증후군 때문에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적도 많았기 때문에 딸을 보면서 마치 제 모습처럼 여겨져서 화를 냈어요. '순간 내가 왜 이랬지?' 반성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00야, 너가 친구를 도와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야. 그런데, 엄마는 너가 힘들면서 그 친구를 도와주는 것은 원치 않아' 이런 말을 자주 했어요. 지금은 그 때만큼 그렇지는 않습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양보를 가르치고, 미덕을 배우도록 가르칠 때가 은연 중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유불급' 일 경우는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 안의 내면의 상처로 인하여 자녀에게 착한 아이를 강요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상처로 자녀를 억압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번 착한 아이 증후군에 이어 ,이번에는 내면의 상처 부분으로 설명을 할까 합니다.



누구나 내면의 상처가 있다. 내면의 상처를 승화시켜 성공원동력으로 바꾼 사람도 있고, 자신 삶을 한 단계 성숙시켜 깊이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내면 깊숙이 숨기는 사람도 있으며, 폭력과 불신으로 타인에게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유토피아나 무릉도원 같은 세상이 아닌 이상 내면의 상처는 안 받을 수가 없다. 어쩌면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이며, 죽음이 임박했을 때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상처를 풀지 못한 아쉬움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족 이야기 좀 해주세요."

가족이야기! 이 이야기 앞에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가족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지만, 상담에서는 가족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또 가족이야기는 누구나 가장 숨기고 싶은 장롱 속 깊은 비밀스러움이 있으며 우리가족만 알고 싶고 세상에 꺼내기 싫은 이야기 또한 있다. 이런 걸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가족이야기를 요청하면 잠시 침묵이 흐르고 상담자들은 나에게 눈빛을 보낸다. 가족이야기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눈빛이다. 나는 침묵한다. 그럼 긴 한숨을 내쉬며 가족 이야기를 해준다. 한 번 시작한 가족 이야기는 끝이 없이 쏟아진다. 아버지, 어머니의 기억들, 형제에 관한 이야기, 경제적 상황에 따른 가족이야기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족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다.

누구는 이야기를 하며 울고, 누구는 담담해 한다. 또 누구는 분노를 삭이며, 누구는 시원해 한다. 상담자들의 가족이야기를 듣다보면 도대체 가족은 우리에 어떤 존재일까 깊이 생각한다.

나 역시 한 가족에 딸로 태어났고 지금은 아내로 엄마로 가족을 이끌고 나간다. '가족'이란 이름은 죽기 직전 까지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 알고 있기에 가족에 대한 궁금증은 평생을 두고 있다.

이 세상에 가족이 없다면 인류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건 물론 일정 이상 교육 받아야 자립할 수 있다. 일정 이상이 될 때까지 가족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 말고도 가족은 내면형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면형성 영향력에서 가족은 두 얼굴을 가진 존재다. 가족 영향력에 따라 내면 형성은 긍정적 일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다.

가족은 사랑받는 첫 번째 대상자인 동시에 상처를 주는 가장 첫 번째 대상이며, 가족에게 받은 상처 치유하지 않고 덮는다면 내 상처는 대물려 줄 수 있다. 가족 일이라 덮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어린 시절 가족 때문에 받은 상처 대부분은 부모님이 준 상처다. 특히 부부싸움에 대한 상처는 너무 깊은 상처를 난도질하듯 준다. 30년 전 후로 제각기 살았던 사람이 만나 결혼하면 마찰이 있는 건 당연하다. 마찰이 커지면 싸움이 된다. 아이들은 싸움자체에 상처를 받는 게 아니다. 싸움결과에 따라 상처를 받는다. 결과가 좋으면 마찰을 용인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부싸움 할 때 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내면형성에 둘 얼굴을 가진 가족 구성원의 핵심은 부부다. 부부싸움 할 때 의견충돌만 토해내지 말고 결과와 합의를 내는 모습이 필요하다. 또한 부부싸움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아이에게 비춰지는 부모의 모습을 스스로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Merle R.Jordan의 저서 『신들과 씨름하다』에서 어린 소녀가 어느 날 무릎에 앉아 있었다.어린 소녀는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엄마, 엄마는 아름다운 얼굴과 반짝거리는 눈, 그리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왜 엄마의 손과 팔은 그렇게 보기 흉해요?"

엄마가 대답했다. "네가 아기였을 때, 어느 날 저녁 엄마는 아가용 침대에서 잠자는 너를 혼자 두고 외출했었단다. 너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지. 엄마는 몇 분 동안 이웃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내려갔단다. 길을 걷는 동안, 우리 집에 화재가 났지. 불타고 있는 것이 우리 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단숨에 길을 뛰어 올라왔단다. 나는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고, 너를 아가용 침대에서 끌어냈지. 엄마는 너를 내게로 꼭 안았고, 널 화염에서 지키기 위해 내 손과 팔로 보호하려고 했었단다. 우리는 밖으로 안전하게 피했지만, 엄마의 손과 팔은 불에 몹시 데었단다. 그것이 손과 팔이 이렇게 추한 이유지."

그 어린 소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엄마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엄마는 아름다운 얼굴과 반짝거리는 눈, 그리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엄마의 손과 팔은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요." 진정한 사랑은 아름답다. 상처와 거절감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다시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자녀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성장하면서 그것이 착한 아이든, 동생에게 지든 그 무엇이든 상관할 바 없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한국지문심리상담협회 김종진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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