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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의 세상만사] 마스크가 필요해

김흥수 기자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4-01 09:32
김흥수 반명함판
김흥수 편집기자
어려서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을 해왔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친구들에게 콧물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고 말 할 정도였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 봐도 딱히 뾰족한 수를 제시해 주지 못했다. 그저 단발성 비염약을 처방 받아 돌아오기만을 반복했었다.

지금은 호흡기에 효능이 좋다는 배즙, 도라지즙 등을 수년간 챙겨먹은 덕분인지 증세가 많이 완화됐지만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 힘들었던, 혹은 난감했던 상황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앞에서 말한 수능날의 경우 콧물이 심해져 두통까지 있는 상태로 시험을 봤으니 말이다. 약을 먹으면 '무조건 졸리다'는 말을 굳게 믿고 고사장으로 향했던 그날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특히 봄, 가을 환절기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서 재채기와 콧물에 정신을 못 차렸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포근한 봄이 왔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인한 초미세먼지에 꽃가루까지 더해져 내 코와 목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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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스크는 봄철 필수품이 돼버렸다. 요즘 길거리에 나온 사람 중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약국에는 마스크가 종류별로 전면에 걸려있다. 1개의 패키지에 2~3개가 들어있고, 개당 가격은 일반형 2000원, 고급형 3000원 정도다. 보건용 마스크는 KF80, KF94, KF99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보통 얼마나 더 작은 미세먼지 입자를 걸러낼 수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나뉜다. 그런데 이 마스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나 같이 일회용이라는 것이다. 세탁을 하게 된다면 미세먼지 방지기능이 뚝 떨어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선 1인당 최소한 하루에 2000~3000원을 지불해야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마스크 판매량이 2010년 대비 무려 60배가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연간 5억원 규모였던 마스크 시장이 이제 300억원대로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스갯소리로 물을 사먹는다는 말이 현실이 된 지금처럼,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공기를 사마시고 있다.

주말 나들이를 가려고 하니, 밖에 주차해둔 차 전면 유리창이 미세먼지로 뽀얗다. 서둘러 약국부터 들러 마스크를 준비해본다.

기상청이 이달부터 홈페이지에서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제공한다고 하니, 외출하기 전에 한번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김흥수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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