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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영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상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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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 승인 2018-04-02 10:33
이상문기자
사회부 이상문 기자
호텔 리베라 유성이 폐업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로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폐업한 호텔 리베라 유성은 한때는 중부권 유일의 특1급 호텔로 유성 관광특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굳게 문을 닫은 채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의 피맺힌 목소리만 들린다. 이제는 건물 철거라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대전시를 비롯한 정치권, 지역사회는 정상화 촉구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용개발론이 슬그머니 제기됐다. 송대윤 대전시의회 전 의원이 폐업한 리베라를 시가 매입해 시민공모형의 공영개발을 제안했다. 시도 공영개발을 검토하겠다며 민간자본 유치까지 여지를 뒀다. 일부 정치권에서도 공영개발에 대해 촉구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텔 리베라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연일 대전시청 앞에서 '호텔 리베라 철거중단과 대전시 공영개발 촉구'를 요구하고 있다.



해고된 종사자와 그 가족, 협력업체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공영개발은 쉽지 않은 얘기다. 냉정히 말하면 불가하다. 리베라가 가진 상징성과 노동자의 고통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사기업이 경영 약화로 폐업한 사업장을 시가 매입해 운영해야 하는 게 맞는지는 잘 판단해야 한다. 하루에도 폐업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이들 모두에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 기준과 원칙 없이 시가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다. 특혜시비나 형평성 문제가 일 수 있다. 더욱이 신안이 호텔 폐업 이후 계획에 일체 함구하고 있어 공영개발을 얘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공영개발 이전에 리베라의 폐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먼저다. 리베라는 2004년에 위장폐업을 한 전례가 있다.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위장폐업과 부당해고에 대해 우선 따져봐야 한다. 폐업의 책임이 경영진에 있는지도 봐야 한다. 주상복합 건립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신안 그룹은 어떤 계획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 시와 유성구, 정치권, 지역사회는 신안에 폐업 당위성을 따져 묻고, 책임감 있는 기업 행태를 요구하며, 정확한 향후 입장 등을 받아내야 한다.

시는 단순히 호텔 폐업 철회만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빛을 잃어가는 유성관광 특구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전국의 수많은 온천과 차별성 없이 과거 명성만 의존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얼마 전 열린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놨다. 온천테마파크 등 유성관광특구를 살릴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리베라 등 호텔 경영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상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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