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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의 세상만사] '탈룰라'를 만나지 마세요

박새롬 기자

박새롬 기자

  • 승인 2018-04-03 17:20
  • 수정 2018-04-11 14:20

신문게재 2018-04-04 21면

탈룰라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1993년 영화 '쿨러닝'은 1998년 열린 제15회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자메이카 출신 봅슬레이 선수들의 실화를 다뤘다.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불가능하다고만 여겨졌던 봅슬레이지만 선수들은 출전에 대한 일념으로 코치를 구하고, 차를 판 돈을 갖고 캐나다 캘거리로 무작정 떠난다. 연습용으로 낡은 썰매를 구해 생애 첫 설상 훈련도 하게 된다.

이 썰매 때문에 영화 속에는 의도치 않은 명대사가 나온다. 어렵게 구한 썰매에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선수들이 고민에 빠지고, 그들 중 주니어 버빌이 '탈룰라'가 어떠냐며 제안한다. 동료 중 한 명이 매춘부 이름 같다며 어디서 따온 거냐고 묻는다. "저희 어머니 이름인데요?" 주니어가 대답하자 매춘부 같다던 동료는 "아주 예쁜 이름인 걸" 하고 급히 칭찬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탈룰라' 시리즈의 기원이다. 탈룰라는 쿨러닝 속 상황처럼 누군가 사진, 단어 등을 제시하며 어떠냐고 물었을 때 친하다는 생각에 장난으로 욕을 섞거나 나쁜 말로 대답하고 나면 친구의 가족과 관련되어 있어 민망해지고, 무마하느라 급히 칭찬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우를 먹는다며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고기 색이 왜 그렇게 썩은 것 같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머니가 사주신건데"라고 대답하면 "원래 고기는 썩은 색이어야 맛있는 것"이라며 상황을 정리한다.

'탈룰라'가 갖는 웃음 포인트는 악의적이건 장난이건 나쁜 말을 한 사람이 당황하는 모습과 그 말을 무마하는 재치다. 하지만 '탈룰라' 시리즈를 보면 애초에 굳이 저렇게 말했어야 했던가 싶은 막말들도 많다. 여기에는 막말을 해야만 진짜 친한 친구인 것 같은 인식도 일조할 것이다. 친구 사이에 다정하게 말하는 걸 사람들은 어쩐지 부끄러워하고, SNS에서도 쿨한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의도적으로 나쁜 표현을 일삼기도 한다.

나쁘게 표현해도 이해해 주는 사이는 당연히 좋은 사이지만, 일부러 나쁘게 말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는 아닐 것이다. 일부러 '탈룰라' 같은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일단 나쁘게 말하는 게 친하다는 상징이고 멋있는 거라는 생각은 '탈룰라'만큼 웃기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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