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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펜스 룰에 대한 오해

입력 2018-04-08 10:45   수정 2018-04-12 13:03
신문게재 2018-04-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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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한국작가회의 감사
미투 운동(Me Too)이 확산되면서 펜스 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뉴스는 전한다. 펜스 룰의 어원을 좇다 보면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검색(다음백과)된다.

그는 어느 잡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절대로 단 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펜스 룰을 풀어 보면 남성이 가족 이외의 여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펜스의 말을 그대로 우리의 생활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남자는 가족 이외의 여성과는 만나지 말아야 하고 여자 역시 가족 이외의 남성과 만나서는 안 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부터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

지구에 남성과 여성이 살고 있는데 펜스 룰을 치면서 살 수도 없지만 살아서도 안 된다. 남남(男男)이든 녀녀(女女)든 남녀(男女)든 할 것 없이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만나야 하고 함께 일을 상의하고 풀어가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일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도 함께 마시고 단합을 위해 회식도 하고 노래방도 갈 수 있다. 단지 미투 운동 때문에 펜스 룰이 일어나는 것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거나 펜스 룰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 아닐까.

미투 운동이 무서워 동료들끼리 펜스 룰을 만든다면 몇 년 전 만들어진 청탁금지법을 생각해 보자. 경조사비나 식사 접대를 하지 말자에서 법이 출발했지만, 이 법은 우리가 좀 더 투명한 사회로 가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 이 법을 만들 때 경제에 영향을 준다든가 소상공인들의 가게가 힘들어진다는 말들이 오갔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했고 잘 시행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청탁금지법을 시행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자료들이 나타났다. 한마디로 접대문화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졌다는 뜻이다.

미투 운동도 그렇다. 수십 년 수백 년 쌓인 성폭력에 대한 생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미투 운동의 출발점이다. 광풍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해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젠더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하고 잘 못 된 사고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런 일을 하자고 일어난 미투 운동이 역풍처럼 펜스 룰을 맞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성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남녀를 떠나 인권의 문제이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이 한 말은 가족이 아닌 남녀가 만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만남이 있을 때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술을 먹거나 회식 자리에서 성적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우리는 매일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미투 운동 때문에 이성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다. 펜스 룰의 진짜 의미하고도 어울리지 않는다. 김희정 한국작가회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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