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날씨! 무한한 가치 창출의 힘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8-04-17 08:09
서장원
/서장원 대전지방기상청장
봄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럽다는 사실은 우리도 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하게 느껴진다. 건조함과 황사는 물론이거니와 겨울이 다시 되돌아 온 듯 꽃샘추위와 함께 4월의 눈까지.

기후변화, 정말 가까이 다가와 있는 걸까? 그러나 사실은 주기적으로 북서쪽에서 한파가 내려와 추위가 이어지는 것일 뿐, 특별히 이상기후는 아니며 도봉산 끝자락 등 서울 북부지역에서는 4월에도 눈이 올 때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의 전령사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남쪽에서부터 하나 둘 봄소식을 전해온다. 매화의 개화 소식에 이어 유채꽃이 만발을 이루고, 기다리던 벚꽃까지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보면 우리의 마음도 활짝 피어나는 것 같다.

이에 지자체별로 봄꽃의 개화시기에 맞추어 각종 축제 일정을 잡고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힘쓴다. 물론 우리 지역의 관광 경제 활성화를 꿈꾸며 말이다. 그러나, 최근 '벚꽃 없는 벚꽃 축제' 라는 표제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올해 벚꽃은 이상고온 때문에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피었기 때문에 충북지역의 벚꽃 명소인 청풍호 벚꽃 축제가 망쳐버릴 위기에 처해있어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지난해 이곳은 날씨가 추워 축제 때 오히려 벚꽃이 피지도 않아 상춘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는데 올해는 축제가 시작도하기 전에 벚꽃이 만개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개막하는 날까지 비가 내린다는 예보까지 되어있어 이때 축제 조직위원회에서는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날씨! 생활 속에서 무심코 흘려버리기 쉬운 정보이지만 사실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단적인 예로 황사 및 미세먼지가 심할 때 마스크와 돼지고기의 소비가 증가하고 폭염과 한파는 냉·난방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어디 그 뿐인가? 날씨가 치안·보안과 관련해서는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과 기상요소(운량, 기온, 강수량, 풍속, 습도)의 상관관계의 연구에서부터 계절별/요일별의 범죄발생 횟수까지 연구되기도 하며, 의료계에서는 우울증과 관련성, 교육계에서는 학생의 문제행동과 관련성까지 단순히 경제적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인간이 일기예보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있을까?"라는 아주 단편적인 생각에서부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일기예보는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상은 인간 생활의 모든 요소에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응용의 문제이며, 극한의 기상환경 속에서 생명을 구하는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기상청에서 생산해내는 정확한 일기예보의 가치는 그 어떤 수치를 대입해도 정확히 산출해 내기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날씨가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지만 막연한 힘!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약사의 깔끔한 처방전이 있더라도 그것을 복용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처럼 기상예보관의 정확한 일기예보와 잘 다듬어진 기상자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한한 가치를 한순간에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하여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을지 아직 막연하더라도, 요즘처럼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커져버린 때 일수록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우리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켜 줄 열쇠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