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가 뉴스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지방정부가 지방공휴일을 지정하는 길이 열린다. 48개 법정기념일 중 해당 지역에 특별한 의의가 있는 날에 한해서다. 지방공휴일로 지정된다고 서울만의 4·19, 대구만의 2·28, 광주만의 5·18이 되는 건 아니다. 3·15나 독도의 날도 마산(창원)이나 경북에 국한하지 않고 거국적으로도 기념해야 바람직하다.
이 같은 지역 역사성이 투영된 공휴일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도 건의된 사항이었다. 뒷얘기지만 제주 4·3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으나 제주도의회에서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를 만들어 한때 혼란이 일었다. 상위법령 근거가 없어 대법원 제소까지 갈 뻔했다. 법제화가 되면 국가기념일로 지정 촉구 중인 3·8 민주의거일의 대전시민 공휴일 지정이 꿈만이 아니다. 지역 고교생들이 독재에 분연히 맞선 대전 3·8은 대구 2·28, 마산(창원) 3·15와 더불어 4·19의 도화선이었지만 인정을 못 받는다. 어차피 법정(국가)기념일 지정부터 돼야 한다. 지자체 주관 지방공휴일의 선행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과 각종 기념일 규정, 특히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국민(지역민)의 휴일로 손질할 필요도 있다. 지방공휴일이 지자체와 산하 공공기관에만 보장되고 일반 기업체나 학교 등에 고무줄처럼 자의적이라면 실효성이 반감된다. 공적인 휴무일이 그저 노는 날, 빨간 날 늘리기에 그친다거나 하루하루 버겁게 사는 비정규직이나 알바생 등과의 휴일 양극화를 벌려놓는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정체성이 가미된 기념일이, 그것도 지방분권 차원에서 거론되는 자체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관심 부족이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잊으면 사변이 날 듯 챙기면서 법정기념일인 11·11 농업인의 날은 깜깜하게 모른다. 제헌절, 개천절이 무슨 날인지는 묻기조차 미안하고 민망하다. 지자체 간 지정 과열 방지의 이유 하나가 여기에 숨어 있다. 입법 절차를 통해서든 기념일 관장 정부부처의 장과 협의를 거쳐서든 기념일 남발을 제어하는 장치가 요구된다.
그래도 지방이 은근히 대접받는 느낌이라 싫지는 않다. 만약에 국가기념일 4·19를 서울시 공휴일로만 독점한다면 대구, 대전, 광주, 부산, 마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이 서운할 것 같긴 하다. 민주주의를 꽃피운 혁명 정신이 깃든 4·19, 아니 그 어떤 국경일과 국가기념일, 앞으로의 지방공휴일·기념일이 2·14(밸런타인데이)나 3·14(화이트데이)보다 무의미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국격과 지역 위상이 온전히 곧추선다면 꼭 빨간 날이 아니어도 큰 상관은 없다.
▲최충식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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