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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공간은 우리를 만들고, 우리는 장소로 태어난다

신천식 도시공학박사(신천식의 이슈토론 진행자)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18-05-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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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도시공학박사(신천식의 이슈토론 진행자)
인간은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나 생활의 근거지가 되는 공간은 개인과 집단에게 특별한 의미를 생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비로소 장소가 된다. 장소는 고향이거나, 직장이 있는 생활의 터전이거나, 여행 중 잠시 들러 일탈과 낭만을 경험했거나, 군 생활의 고단함을 일깨워 주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특별한 느낌과 의미를 부여하여 기억에 남는 공간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존재한다. 장소는 자아를 키워내고 확장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핵심거점이 된다. 장소로부터 배제된 인간의 존재는 상상할 수도 없으며, 특히 자아형성기인 유년기에 머물고 자란 고향의 추억이 없는 인간은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소소한 여유를 잊고 살아가기가 십상이다. 욕망의 화신이 되어 세계를 방황하는 현대의 노마드족들에게도 특정한 장소의 기억이 새롭게 도드라지는 고향의 존재는 더욱 각별할 수 있다.

장소는 기억과 재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기억의 재현은 라캉식 표현을 빌리면 창조적인 작품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기억은 타인들과 겹치고 중복되는 집단적 재현과정을 통하여 구성원들에게 동질성과 일체감을 각인시키고, 자부심과 긍지를 확산시키게 된다. 기억의 재현으로 실현되는 장소 정체성은 다양한 권력주체들이 갈등하고 충돌하며, 타협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되는 집단적이며 사회적인 합의이자 성과이며 고정적이지 않고 가변적인 속성을 지니게 된다.



장소성은 특정 공간과 관련한 고유성과 특성을 이루며, 장소의 상징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명동 성당과 조계종 봉은사가 주는 장소이미지는 사회적 품위와 금기를 만들어내고, 구성원 다수의 용인과 수용을 거쳐 뚜렷한 장소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찰이나 성당에 들어가 은신 중인 시국사범의 체포나 구인에 공권력 투입이 보류되거나 지체가 이루어짐은 실정법의 권위를 넘어서는 장소이미지의 권능이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주요 국정 과제가 되면서 장소를 복원하고, 장소성을 회복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장소가 갖는 의미와 이미지를 확인하고 복원하며, 새로운 상징과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시도와 노력은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적 내용이 되어야 한다. 적절하고 타당한 장소성의 구현은 도시재생사업의 목표이자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지구가 하나 되는 세계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역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화에 필수적인 일반화와 보편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당연할수록 지역의 고유성과 예외적 가치가 돋보이고 있다. 지역은 역사와 전통의 맥락 속에서 자연적 물리적 환경을 공유하며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밀접성과 연대감을 가진 주민들로 구성되어있다. 지역은 개성 있는 사람을 키워내고, 사람은 특색있는 지역을 만든다. 무엇이 지역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로 향하는 협력과 연대를 이끌어 내는 지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물리적 환경을 살펴보고, 역사 문화와 인문사회적 특성을 살펴본다면 충청인이 누구이며, 바람직한 충청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시공간에 존재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맥락과 맥락을 이루는 사고와 특성을 발굴하고 조장해서, 지역 동질성의 원을 넓혀나가는 것이 충청의 존재감을 살리고 세계화의 격류를 이겨내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천식 도시공학박사(신천식의 이슈토론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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