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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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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칼럼 내 특정 내용과 관계없습니다./사진=연합DB
요즘 학생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업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말입니다. 일자리가 많이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은 곳에 취업하는 학생들의 수는 정말 많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미래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직장의 경우, 입사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이 되는 경우는 이제 놀라운 것도 아닙니다.

흔히 자신이 실력이 있으면 붙을 사람은 다 붙는다고 합니다만, 실력이라는 것을 정확히 측정하고 또 공정하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실력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전공에 대한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대한 능력, 인성은 물론이고 다른 역량을 갖고 발휘할 수 있는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으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만능 능력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하고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오로지 취업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 했음에도 결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소위 재벌가 3세의 갑질 논란을 보면, 우리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실력이라는 것이 사회에서는 다른 의미의 실력에 의해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재벌가 자녀들이 실력이나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것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물의를 빚고 있는 사람들이 만약 다른 사람들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취업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면, 과연 그 분들이 그 직장에 취업이 가능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연컨대 아마도 그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취업을 걱정하고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아마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가 과거와는 달리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것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학연이나 지연 또는 그 밖의 어떤 연계를 통해 실력과 능력이 아닌 다른 것이 어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다른 이유가 어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또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채용, 인사 등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적어도 그렇게 여겨지는 정황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직접적인 증거나 물증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 크게 상하게 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얼마 전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나타나서 채용이 취소된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습니다. 채용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가 누구의 추천으로 지원을 했고, 결과적으로 그 지원자들이 합격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정말 사실이었다면 이것은 단순한 비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에 대한 심각한 위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공채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취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차별을 당하는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비단 신입직원의 채용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는 물론이고 이번 정부에서 조차 소위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공공기관의 임원채용에도 나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런 '낙하산 인사'가 능력이나 실력이 없는 부적격자가 아니라 정말 그런 기관에 필요한 전문가이고 공정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능한 전문가를 채용해야만 한다면 차라리 공채라는 제도를 없애고 직접 임명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공채라는 형식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처럼 해서 형식상 공정한 절차를 갖추고 뽑고 싶은 분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유능한 인재를 공채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임명하는 것이 적어도 '기회의 평등'을 악용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채라는 것은 말 그대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필요한 유능한 인재를 선출하는 제도입니다. 형식은 공개적인 제도라고 하면서 이미 내정해 놓은 인사를 공개된 절차를 거쳐 채용하는 것은 정말 공채의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훼손'이라는 의미는 '헐거나 깨드려서 못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채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못쓰게 만드는 행위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이렇게 훼손된 행위를 통해 채용된 인사가 아무리 유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회의 기본을 깨트리는 것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기회의 평등'을 박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정말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정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인간의 기본권인 '기회의 평등'을 가르치고 있지만, 학생들의 최대 고민인 취업 현장에서 우리 사회가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을 접할 때, 이런 현실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정말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과거와 달리 정말 많은 발전을 했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과연 언제쯤이나 학생들 앞에서 떳떳하게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 자신 있게 가르칠 수가 있을까요? 정말 걱정도 되고 염려가 되지만 마땅한 해답을 찾기가 정말 궁합니다. 이런 사회가 우리의 행복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기반임이 틀림없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번 주말은 연휴로 몸과 마음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연휴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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