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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입력 2018-05-10 14:27   수정 2018-05-10 15:53
신문게재 2018-05-11 23면

김용각
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본 나의 나이가 오십을 넘어 육십을 향한 반에 도달하고 있음을 알고 스스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삶에 충실했던 증거인양 나의 몸매는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두리둥실한 살점 덩어리의 집합체가 되었고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떠들었지만 이미 나의 사고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자주 느끼고 있음을 실토한다. 나야말로 기성세대로, 물러가는 아버지 세대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나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감에 자유로운 상상이나 비현실적인 공상을 꿈꿔본지가 오래되었음을, 바쁜 일상의 틈에 끄적거렸던 다양한 메모와 스케치가 있던 스케치북 위의 먼지가 산 증거나 되는 양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돌아보게 한다.

어린아이처럼 말 한마디에 까르르 웃을 수 있고, 소박한 밥상에 '맛있다'를 연신 내뱉을 수 있고, 홑이불 덮어주는 엄마의 품을 파고들면서 '사랑해'를 수도 없이 남발할 수 있었던 자유로운 감성이 지금 내 안에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원칙과 융통성의 갈림길에 있을 때 안전한 선택으로 원칙을 선택했던 것 같다. 분명 융통성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지만 그 자유로움으로 인한 책임이 두려워 원칙을 따르며 경직된 결과에 대해 애써 스스로 위안을 가졌던 것 같다. 세상은 점점 더 세분화 되고 구체화 된 법과 규정을 갖고 모든 것을 측정하며 판단하고 있다. 오랜 토론이나 협의보다는 빠른 결정을 원하는 세태의 반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적합'과 '부적합', '내 편'과 '적'의 이분법적 프레임의 성향이 강해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더욱 훈련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는 나홀로 사는 세상이 되고 있다. 실수하기 싫어서, 부적합의 도장을 받기 싫어서, 적이 되기 싫어서 혼자 모든 걸 해결하고 결정하는 삶이 편한 시대인 것이다.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길이 의심스럽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외면하고 오직 나의 세계에만 몰두하고 있는 요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팝송이 생각난다. 누군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 눈물이 고일 때, 힘든 시기에 친구조차고 찾을 수 없을 때, 자신을 잃어버리고 낯선 거리를 헤매일 때, 눈물을 닦아주고, 대신 짐을 짊어져주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항상 옆에 있어줄 거라는 가사속의 인물이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지난해, 강화된 법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몰린 축산농가를 위한 컨설팅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했었다. 사업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전문가로서 사회적인 책임감을 갖고 강의와 컨설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여전히 원칙에 입각한 인허가청의 해석과 기존 관습처럼 처리해왔던 오류의 개선이 필요함에도 개선되지 않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없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소수 농가의 무지함에 대한 반감이 여러차례 교차하며 회의감이 들곤 하였다. 따뜻한 인간미와 공감대가 필요한 시대 앞에 선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처럼 느껴지지만 꼭 해야 할 너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가 아닐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는 '브릿지 메이커'를 꿈꾸면서 말이다.

김용각 대전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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