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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름 절도 표적된 송유관 관리 시급

김대중 기자

김대중 기자

  • 승인 2018-05-15 16:16

신문게재 2018-05-16 23면

땅속에 묻힌 송유관이 기름 도둑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번엔 폭력조직원까지 가담한 유류 절도단 6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로부터 장물을 취득한 업자도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일 년간 서산의 한 야산에 매설된 송유관을 찾아내 구멍을 뚫고 인근에 마련한 비닐하우스까지 관을 연결, 경유와 휘발유 등 212만5000리터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절취한 기름값만 29억여원에 달한다.

감시가 소홀한 송유관을 뚫고 기름을 훔치는 범죄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기름을 절취하는 도유(盜油) 범죄는 적발된 것만 255건에 달한다. 돈이 된다고 하니 기술자 등 전문가를 동원해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총책과 기술자·운반·감시·판매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송유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땅굴을 파서 기름을 훔치는 경우다.



문제는 더 있다. 송유관 기름 절도로 인해 환경오염은 물론 화재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송유관공사에 따르면 누적 기준으로 기름을 훔치는 과정에서 5명이 질식과 매몰, 화재 등으로 사망했다. 지난 1월엔 전북 완주군 야산에 묻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 화재를 내고 도망간 3명 중 1명이 화상으로 결국 숨졌다. 청주에서는 송유관 기름 절도 미수 사건으로 수천 평의 농지가 기름 범벅이 된 일도 있다.

기름을 훔치는 도유 사범은 비교적 쉽게 돈을 쥘 수 있다는 유혹에 출소 이후에도 동일한 범죄를 반복하는 등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송유관공사는 2001년 민영화되면서 4대 정유사가 85%의 지분을 갖고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기름 절도나 유출 사건에도 변변한 대책 하나 나오지 않고 있다. 송유관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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