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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과목, 대전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면 빠짐없이 들을 수 있어요”

입력 2018-05-15 15:46   수정 2018-05-16 14:35
신문게재 2018-05-17 10면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선택해서 듣고 싶은 과목이 있는데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선 기회가 주어져도 '선택 학생 수가 적어서 학교에서 과목을 개설할 수 없으니 포기하고 다른 과목을 선택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과목을 선택했던 경험 말이다.

그런데 이제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대전교육청에서는 학교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는 일을 없게 하기 위해 '대전 공동 교육과정'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전 공동교육과정'은 선택 희망자가 적어 단위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거점학교에서 개설하고, 거점학교 학생은 물론 인근 학교의 수강생들도 함께 수강할 수 있도록 강좌를 개설하는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이다.

학교 간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올해 운영되는 대전 공동교육과정은 고등학교 20개교가 거점학교로 참여해 1~2학기 중 개설·운영되며, 참여 학생 수는 대략 280여명이다.

그 중 노은지역 에서 학교별로 서로 다른 과목들을 나누어 개설하고 서로 학생을 보내고 받아주는 이른바 '호혜형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노은고의 사례를 통해 대전교육의 긍정적인 변화 모습을 소개해본다. <편집자 주>

▲ '자율형 공립고' 대전노은고 = 대전노은고는 '미래를 주도할 바른 인성, 핵심 역량, 창의성을 갖춘 인재 육성'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 학교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2012∼2016년 자율형 공립고 제1기를 운영했다. 2014년 전국 100대 우수교육과정에 선정되는 등 두드러진 교육성과를 거둬, 2016년 자율형 공립고 평가에서 94.98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아 자율형 공립고로 재지정됐다. 현재는 2017∼2021년까지 자율형 공립고 제 2기를 운영 중이다.

2017년 8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자율형 공립고 교육력 제고를 위한 대전노은고등학교 진단결과'에서는 충청은 물론 전국의 그 어떤 자율형 공립고보다도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가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학생의 교육적 성장에 대한 교원 인식'은 3.97점/5.0점(전국 자공고 평균 3.6), '학생의 교육적 성장에 대한 학생 인식'은 3.84점/5.0점(전국 자공고 평균 3.66),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학생 인식'은 3.69점/5.0점(전국 자공고 평균 3.52)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학교 교사에 대한 학생 인식'은 4.19점/5.0점(3.89점)으로 다른 어떤 척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특히 두터운 학교로 조사됐다.

김승태 노은고 교장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사랑하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믿는 것이 대전노은고의 학교 문화"라며 "이런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교실에서 지켜지고 있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은고 1
▲학생의 과목 선택 기회를 넓혀주는 대전노은고 공동교육과정 운영 = 대전 공동교육과정은 먼저 학생들의 개설과목에 대한 수요 조사부터 시작한다. 개설 과목은 새 학기가 시작된 후 단위 학교에서 여건상 개설하지 못한 과목들 중 학생들의 희망조사를 받아 개설하되, 주로 심화 과목들을 위주로 개설한다.

인근 학교 학생들도 거점학교에 모여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다. 노은고에서는 사회과학방법론, 물리실험 2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근 학교에서 개설한 화학실험, 중국어회화, 생명과학실험, 단체운동 등에도 대전노은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주로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이루어지는데 1학기당 2단위씩, 1년간 4단위 정규교육과정 일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정규 교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기록된다. 다만, 공동교육과정 과목은 9단계의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고 A∼E의 5단계 성취도만 산출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대전 공동교육과정 수업은 수강생 20명 이내의 소수 자발적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참여형의 프로젝트수업, 협력수업, 토의·토론수업 등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만족도가 매우 높다.

▲공동교육과정 운영은 '고교학점제'로 가는 디딤돌 = 2015 개정교육과정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여 인문계·자연계 구분 없이 학문 간 자유로운 융합교육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으로, 현재 2018학년도 고교 1학년부터 적용, 실시하고 있다. 대전 공동교육과정은 학교 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특성화 및 다양화를 유도해 2015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생 선택권 확대·보장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학교 간 소통과 협력으로 학생 교육과정 선택권 다양화를 통해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는 제도라는 것이다.

대전 공동교육과정에서 '사회과학방법론'을 수강하는 노은고 정다은(16)학생은 "저는 '청소년 선거권 확대 방안'을 연구주제로 개인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동교육과정 수업은 평소 듣는 수업시간과는 달리 자신이 직접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좀 더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2022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목표로 교육과정 다양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고학점제가 실현되면 대학교처럼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대전 공동교육과정은 급박한 인구절벽으로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현실에서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고교학점제로 가는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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