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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목관악기의 개성과 조화의 노력 필요

대전시향 '목관앙상블의 아름다움'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8-05-17 17:46

신문게재 2018-05-18 9면

오지희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지난 11일 대전시립교향악단 목관앙상블과 바순연주자 마틴 쿠스크만(Martin Kuuskmann)이 '목관앙상블의 아름다움' 연주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현악앙상블과 달리 목관앙상블은 상대적으로 드문 연주 장르인데, 뛰어난 바수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쿠스크만의 등장은 그 자체로 상당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첫 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Op.7)는 세레나데가 지닌 원래 의미대로 단악장의 느리고 평온한 음악적 흐름을 갖고 있다. 고전적 기법에 영향을 받은 R.슈트라우스 청년 시절의 음악적 사고를 엿볼 수 있기에 전체적인 화음의 조화 못지않게 개개악기의 정교한 연주력도 요구된다. 오보에의 청아한 주제로 안정적으로 출발한 세레나데는 조화로운 울림을 만드는 데 능숙한 연주자들의 내공으로 무난한 출발을 보여 줬다.

이어진 브라우어(M. Brauer 1855~1918)의 '목신(牧神) 판을 위한 모음곡'은 그리스신화를 기초로 만들어진 낭만적인 음악으로 환상적인 이야기 흐름에 따라 음악이 전개되는 5악장 구조다. 목신, 요정, 춤, 밤과 아침의 변화를 목관악기를 통해 전개하는 독특한 작품에서 쿠스크만은 실질적으로 앙상블을 이끌었고 열정적인 제스처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선보였다. 춤곡의 경쾌함과 발랄한 부분에서의 생생한 느낌은 자연스럽게 전달됐으나 환상적인 분위기 표현에서 충분히 무르익은 울림을 듣기가 어려웠다. 워낙에 까다로운 기법으로 연주가 쉽지 않았지만 개개인의 높은 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흡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아쉽다. 더욱이 관객들이 매 악장 박수를 치는 바람에 작품이 다소 어수선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브라우어 음악같이 관객에게 낯선 작품은 자막을 띄워 악장진행의 이해를 돕는 세심함도 고려할 만하다.

반면 R. 슈트라우스의 관악기를 위한 모음곡(Op.4)에서 서정적 선율이 빚은 조화로운 음향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교한 영역에서 테크닉의 불완전함이 있긴 했어도 최선을 다한 쿠스크만의 리더 역할과 호소력 있는 바순 울림, 개개 악기가 구현한 정교한 리듬감은 목관앙상블의 아름다움을 재현하기에 충분했다. 단지 프로그램상 쿠스크만의 독자적인 바순연주를 진지하게 듣지 못한 점은 아쉬웠고 입퇴장 시 일부 단원들이 보여준 흐트러진 무대 매너에는 좋은 인상을 받기 어려웠다. 이렇듯 대전시향 목관앙상블 무대는 목관 각각의 개성 있는 소리를 하나의 작품 안에서 들을 수 있었던 긍정적인 면과 개인의 독자성을 뛰어넘어 호흡이 맞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 역시 지속적으로 필요함을 역설한 연주였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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