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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욜로(YOLO)는 "잘 먹고 잘 살자"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8-05-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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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10여 년간 주중엔 울산에서, 주말엔 대전에서 이중생활을 해오고 있다. 늘 아내에게 빚지고 사는 기분이다. 하지만 주위에선 "5,60대에 주말부부 하는 건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고 우스개 삼아 말한다. 맞는 말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틀림없는 건 편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다는 거다. 잔소리가 따라오는 간섭을 덜 받는 것은 분명 편하다. 하지만 곁에서 살뜰히 챙겨주는 이가 없어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땐 참 불편하다. 하기야 이것 역시 나를 중심으로 한 기준일 뿐이다. 가족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5월은 가정의 달이며 21일은 '둘이 하나 되자'는 부부의 날이었다. 가족이란 아무런 노력 없이 늘 곁에 있기만 해도 편한 관계는 아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자. 아버지는 단지 돈을 벌어오는 존재로, 어머니는 온갖 가정일을 다 도맡아 하는 존재로 사셨다. 특히 자녀 교육은 오로지 어머니 몫이었다. 그러면 자식이 달랑 한둘뿐인 현대사회에서는 행복한 가정의 열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른 아버지 역할이 아닐까 싶다. 특히 아버지와 자식과의 관계다.



그런 면에서 20대 젊은이 사이에서 불고 있는 욜로(YOLO) 열풍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면서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욜로족은 내 집 마련이나 노후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이들의 소비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충동구매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경제는 어렵고 실업률은 높아가지만 "단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는 외침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타인과의 관계보다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는 신세대 젊은이의 소비 경향도 이해해야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2018년 유행 키워드를 발표했는데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이 꼽혔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본인의 삶과 일은 평생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더욱 확실한 것은 일은 우리에게 돈을 안겨주며 우린 그 돈으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스스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면 행복은 분명 가까이 있다. 그 힘들던 과거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욜로를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자기에게 정말 가치 있는 일들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라는 뜻을. 어르신들은 덕담으로 늘 "잘 먹고 잘 살아라"하지 않으셨던가. 그게 바로 욜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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