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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새로운 역사에 대한 기대

장수익 한남대 문과대학 학장

입력 2018-05-23 22:10   수정 2018-05-24 07:54

장수익
장수익 교수
작년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비롯하여 한동안 회자됐던 말이 있다. 이른바 '코리안 패싱'이 그것인데,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한국이 제대로 발언할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이에 대비되었던 것이 문재인 후보의 '한반도 운전자론'이었다. 이는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우리 근대사를 본다면, 코리안 패싱과 한반도 운전자론 가운데 전자가 적절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남한의 운명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전략에 따라 움직였고, 역대 정권은 그러한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채 사후적으로 승인하고 따라갔던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의 10·4 남북공동선언은 우리 민족 스스로가 움직일 공간을 마련하려 했던 역사적인 시도였다. 이 두 선언은 남한과 북한 모두가 평화의 당사자임을 천명한 것으로서 남한은 평화, 북한은 전쟁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도식을 폐기하려는 실천적인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정권들에서 이 두 선언은 헌신짝처럼 버려졌고 우리 민족의 운명은 예전처럼 코리안 패싱에 맡겨지고 말았다.

드디어 정권이 바뀐 후인 작년 7월 6일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 체제 안전 보장과 한반도 비핵화 추구 등을 제시한 베를린 선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당시 이 선언은 장밋빛 환상으로 폄하되곤 했다. 코리안 패싱을 감안할 때, 선언을 위한 선언 정도로 간주됐던 것이다.

하지만 베를린 선언은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올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은 그러한 추진의 성과가 가시화된 결과였다. 평범한 일개 시민인 필자로서는 그러한 추진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는 짐작할 수도 없지만, 어떻든 작년에 팽배했던 전쟁의 분위기가 이렇게 극적으로 전환된 것을 보면 우리가 남북 평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흔히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이 말의 속뜻은 아마도 새로운 역사가 나타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말만큼 역사를 부정하는 말도 없다. 왜냐면 반복되기만 한다면 역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우 힘들다 하더라도 반복을 극복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에 역사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명문 '나의 소원'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이 지니는 궁극적인 의의로서 '세계 전체의 운명'을 평화적으로 바꾸는 것이며, 이야말로 우리 민족에게 맡겨진 '천직'이라고 쓴 바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세계사적인 갈등 속에 놓여 있으며, 이를 극복한다면 진정 세계사적인 모범이 될 것임을 예견한 말이다.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는 것처럼 멀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김구 선생의 예견처럼 이데올로기 대립과 침략적 제국이라는 20세기적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의 세계로 나아가는 모범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임을, 그리하여 반복의 역사가 아니라 진전의 역사를 주도적으로 이뤄낼 것임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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