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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문화칼럼] 한옥마을 구경하기

입력 2018-05-30 10:20   수정 2018-05-30 10:20
신문게재 2018-05-31 22면

트리밍
익선동 한옥마을의 어느 골목. 저 앞에 앰배서더 호텔이 보인다.
'이코노미 조선' 최신호에서 부동산 디벨로퍼 기사를 읽다가 '정세권'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서울 익선동 한옥마을 안내판 제목에서 본 이름이다. 그는 조선인 최초의 부동산 전문회사 건양사를 세워 일본인들이 명동, 충무로 일대의 남촌을 넘어 종로 이북의 북촌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그 덕에 그 자리가 콘크리트 빌딩 숲속의 한옥마을로 화려하게 살아났다.

하지만 관광 만족도가 높으면 이상하게 정체성이 망가지고 개발될수록 불평등해지는 것은 한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원주민이 터전을 잃는 젠트리피케이션, 그 개발의 역설은 북촌, 서촌, 전주 한옥마을 등 좀 뜬다 싶은 어디든 훑고 지나간다. 상가 일색인 한옥촌은 카페와 주점, 옷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한옥의 고운 선과 한옥 속에 숨겨진 골목의 호젓함을 느낄 여유를 앗아간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어려서 살던 40칸 규모의 한옥이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핫 플레이스가 된 사실은 정말 믿기 어려웠다. 추억도, 아련한 기억도 비현실로 다가온다. 한옥이 곧 옷과 같고 언어와 같았는데 의도된 진지함이 어색하다. 광주(경기도), 화성, 강릉, 장성 등 전국 지자체의 한옥마을 벤치마킹에는 뭔가가 빠져 허전한 구석이 있다. 1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고창읍성 한옥마을도 덜 알려져 발길이 뜸하다. 비즈니스는 '다른 사람의 돈'으로 쉽게 정의된다. 피터 드러커의 혜안은 범위를 넓혀 한옥마을 사업 전망에까지 적용되는 듯싶다.

그러나 상업화가 너무 지나쳐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였다. 콘텐츠 면에서도 전주 교동·풍남동 한옥마을은 천주교 순교성지인 전동성당, 경기전과 오목대, 최명희길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 등과 연계성이 뛰어나다. 한양도성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고 인사동, 덕수궁, 대학로와도 동선이 가까운 익선동 한옥마을도 접근성은 으뜸이다. 아쉽게도 공주 한옥마을은 민박형 고급 숙박업체라는 인상이 더 짙다. 통인·옥인동 북촌의 돌담 너머로 창덕궁이 보이고 남산타워까지 풍경이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회·안국동 서촌지역 가까이에도 고궁이 있다. 신라 고도를 낀 경주의 교촌 한옥마을도 정통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현대인의 일상 탈출 욕구를 자극한다.

이들 한옥마을 중에는 개발에서 지켜져 보태진 곳도 있고 새롭게 조성된 곳도 있다. '아직까지 조선인이 위태한 발을 붙이고 있는 종로 거리가 속절없이 저들의 소유가 되려 한다'는 일제강점기 조선일보의 '저들'이 주체만 오늘날 바뀔 수도 있다. 익선동 한옥마을에 고층 아파트 단지 조성 계획이 나돈 지 불과 7~8년 전이다. 북촌은 건축적 의미를 깎아내리며 재개발하자는 목소리를 이겨냈다. 전주 한옥마을 역시 일제강점기를 버텨낸 역사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한 역사는 일부러 지어서 되지 않는다. 전국에는 900곳 이상의 한옥 체험관광 시설이 들어찼다. 관광자원화가 목적이면 지속가능성, 축이 강조된 공간의 연속성도 꼭 생각해둬야 한다. 재실과 당우, 분묘, 그리고 유교문화를 테마로 이사동 한옥마을을 조성 중인 대전시, 은평 한옥마을처럼 한옥 전용 주거단지를 계획하는 세종시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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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개조된 생활한옥의 중정(中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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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생각나는 집이다.
이유비, 그리고 이 시(詩). 바람이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를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맥주시음
먹고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제 맥주 시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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