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아침세상

[아침세상]"젓갈 같은 삶"

박전규 기자

박전규 기자

  • 승인 2018-06-01 08:45
우리는 하루에도 참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그중에는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익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낯선 사람도 있다. 또 만나지는 못해도 마음속에 늘 머무는 그리운 사람도 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

주위에 핀 꽃들을 보면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을 떠올릴 때가 있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꽃들 위로 내가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내 이웃들 안에는 과연 어떤 아름다움이 숨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만 손해 보고, 양보하고, 희생하는 건 아닌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의 수고를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은 서운함이 표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꽃은 자신을 알아달라고 채근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모습만을 보여 줄 뿐이다. 자기다움이야말로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정수가 아닐까?



이익 볼 때가 있으면 손해도 좀 봐 주고, 먼저 갈 때가 있으면 먼저 보내주기도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맛이 있어야 다른 사람과 격의 없이 어우러질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밀쳐놓은 채 자신만 편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우리 인생은 목표 없이 살아도 될 만큼 길지 않다.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마지막에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인생은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바뀐다. 관심을 둔다는 것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뜻이다. 내가 어떤 원칙을 세우고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나의 일상생활에서 나는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고 나 자신을 무엇에 바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다는 건 결국 올바른 목표를 갖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궁극적으로 삶 속에서 어떤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비로소 인생의 의미도 찾을 수 있게 된다.

음식을 먹다 보면 젓갈의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스스로 뛰어난 맛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음식과 어우러지면서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 바로 젓갈이다. 특히 젓갈은 곰삭으면 곰삭을수록 더 맛을 낸다.

우리 주위에도 이처럼 젓갈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삶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북돋아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요즘 같은 무한경쟁과 자기광고의 시대에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람 눈에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젓갈이 내는 맛의 진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왜 필요한지도 잘 안다. 이들이 없는 세상은 저만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들만 넘쳐나는 이기적이고 삭막한 곳이 될 뿐이다.

우리 삶의 목적은 이웃과 자연과 평화롭게 공생하면서 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도록 만들고 아름답게 보전하는데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젓갈 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그런 삶을 자기 목표의 우선순위에 놓고 실천해간다면 분명 이곳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 찬 멋진 세상이 될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장 김용남 신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김용남 병원장신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장 김용남 신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