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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의 세상만사]자유를 허하라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8-06-04 15:38

신문게재 2018-06-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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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의를 벗어 던진 여성들이 거리에 섰다. 여성의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음란물로 규정한 페이스북에 대한 항의다. 왜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되는가. 왜 '여성의 몸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이중적 요구'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적극적 목소리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6일 회원들이 월경 페스티벌 캠페인 중 올린 상체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삭제와 함께 1개월 이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남성이었다면 없었을 조처다. 이에 항의한 회원들은 지난 2일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반라로 우리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라고 외쳤다. 경찰은 여성들의 신체를 가리려 애썼지만 이들의 모습은 모자이크로 가려진 채 많은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결국 페이스북은 해당 게시물이 삭제된 것이 오류였다며 사진을 복구했다.

#. 지난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독일 도이치방송교향악단 연주회에 다녀왔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단원은 검은색으로 대략적인 통일감을 줬을 뿐 자세히 보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짝이 의상을 차려입은 몇몇 여성 단원의 옷차림은 내겐 낯선 풍경이다. 차림새뿐만 아니다. 악장과 악장, 곡과 곡 사이 단원들은 옆에 있는 연주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미소를 띠었다. 곳곳에 보이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 단원도 전혀 이질감이 없어 보였다. 연주하는 모습도 그랬다. 음악에 심취해 머리를 흔드는 첼리스트는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로웠다. 피에타리 인키넨이 이끈 연주는 자유로운 단원들의 모습과는 달리 하나의 소리를 냈다. 단원 개개인의 모습을 존중한 다양성이 통일감을 이뤄냈다.



나란히 열거한 최근의 일들을 보며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성의 나체를 음란한 것으로 치부한 페이스북 코리아와 그것을 가리려고 애쓴 경찰. 단원 개개인의 모습을 존중하면서 조화로운 연주를 이룬 독일의 교향악단.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사례는 다양을 인정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보여준다. 각 구성원의 생각과 취향이 누군가에 의해 억압받거나 강요되지 않을 때 그 집단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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