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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기고] 잇다카페 이야기 - 3

조세은 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박태구 기자

박태구 기자

  • 승인 2018-06-06 09:16

신문게재 2018-06-07 9면

조세은 센터장
조세은 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비가 오면 안 되는데…."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와 짜조 튀기는 소리가 경쾌하게 섞긴 12시 되기 20분전. 양아(가명)씨가 불안한 듯 읖조린다. 그도 그럴것이, 비가 오면 자연스레 손님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10번의 모임 끝에 쌀국수 육수와 짜조, 비빔국수, 팟타이 레시피를 만든 우리는 실험 장사를 시작했다. 손님들이라고 해봤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 그리고 알음알음 알게 된 사회복지지사들과 공무원들, 몇몇 아는 사람들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다니는 친구들이다. 그마저도 비가오거나 날씨가 궂으면 오질 않는다.

'딸랑~' 손님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문소리가 들린다. 순간 주방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저희 쌀국수 주세요!' 센터 직원들이다. 비가 오니까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오늘도 와 준거다. '오늘은 짜조도 먹어봐요~' '오늘 비빔국수 재료가 좋아요!' 라며 서빙을 도와주는 카오리씨가 추천을 한다. 오늘도 고르게 메뉴를 맛보여 줄 수 있게 되었다. 손님들은 식사 후에 음식의 맛과 호감도, 음식이 나오는 속도와 양 등을 평가 해준다. 그리고, 2천원에서 4천원사이의 금액을 주고 나간다.

날씨가 좋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올 때도 있다. 한국어교실을 마치고 한꺼번에 방문하면 주방은 난리가 난다. 서툰 주방장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친구들이 주방에 들어와서 간섭을 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자신이 집에서 만든 소스를 가지고 와서 이렇게 하라며 훈계를 하기도 한다. 어떤 손님은 김치가 필요하다고 하고, 어떤 손님은 짜조에 돼지냄새가 난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3달이 지났다. 우리는 24번의 실험 장사를 했고, 사람들이 주고 간 돈으로 다시 재료를 사고 또 팔고 또 사면서 8개의 레시피를 완성했다. 그 사이 우리는 어떤 형태로 사업을 시작할 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고, 흐엉씨가 3명을 대표해 사업자등록을 내는 큰사장이 되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사업자를 내더라도 3명이 공동으로 함께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언젠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함께 공부도 했다. 장사할 곳도 있고, 위생교육도 마쳤고, 레시피도 있다. 이제 정말 창업할 날을 눈앞에 둔 어느날 이었다.

창업을 위해서 내어준 무료 공간에서 행정적인 이유로 갑자기 창업장으로 사용이 안 된다는 것을 통보 받게 되었다. 여러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흐엉씨, 양아씨, 소피씨 우리 여기서 창업하면 안 된데요. 미안해요.' 다들 많이 놀라워 했다. 당연했다. 긴 친묵이 흘렀다. 침묵을 끊은 건 나였다. 그 침묵이 얼마나 큰 절망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차마 그냥 여기서 그만두자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대해 물어봐야할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은 그래요. 아무래도 우리는 몇 가지의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정확한 것은 지금 여기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저는 궁금해요. 우리 이제까지 한 것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끝낼 건지, 아니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파도를 넘어갈지. 우리가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정확한 약속을 하기 어려워요. 미안해요. 여러분이 선택해주세요.'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큰 사장님을 하기로 한 흐엉씨가 긴 침묵을 마치고 말했다. ------> 다음 회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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