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샵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생후 2개월된 아기 고양이. 아직 데려오기 전이다. |
[이정은 기자의 원룸냥이 - #1 좁디 좁은 원룸에 냥이 한 마리 입양되다] 사회초년생 타지에서 외로움을 견디다못해 아기고양이 한마리를 입양해 좌충우돌 아깽이와 동거가 시작됩니다.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 천만명, 양육가구 30%가 넘어가는 시대. 너무 외로워 고양이 한번 길러볼까,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대전에 온 지 이제 한 달. 멋진 기자가 되리라는 꿈을 품고 난생 처음 타지 생활 중이다. 아침이면 늦잠을 자다가 엄마가 깨워주면 일어나서,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느릿느릿 학교에 가던 생활은 이제 청산됐다. 집에 오면 아무도 없고, 아침에 나갔던 그대로 원룸은 여전히 지저분하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아침에 나간 그대로 더러운 것이 당연한데 집에 오면 왠지 모르게 서럽다.
서울에선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밥을 차려주고 하루 종일 있었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 오랜 이야기를 들어주던 것이 나에 대한 애정이었단 걸 비로소 아는 이 시간.
현관문을 열고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몇 발자국 안되는 걸음에 벽에 닿아버리는 4평 남짓 작은 방에 들어오기 싫은 건 너무 당연한 걸까. 친구들과 전화통화로 얘기를 하다가도 '이 낯선 타지에서 지금 뭘 하고 있나'는 생각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걸까.
나를 아는 사람은 회사 사람들이 전부고, 길거리에 지나다니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전무하다. 내가 대전에서 아는 길이라곤 원룸 앞에서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나를 데려다주는 회사 앞 정류장이 고작이다. 나 홀로 동네를 다녀도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익명성의 도시'에 머물고 싶다는 건 사실 관념적인 얘기였다. 실제로 그렇게 생활이 시작되니, 외로움이 내 뼛속까지 파고든다.
'이래선 안 되겠어. 살아있는 생명체가 내 옆엔 하나라도 있어야 돼.'
내 외로움 때문에 너를 데려오게 돼도, 내가 널 사랑하고 끝까지 책임지면 된 거 아냐, 스스로 그렇게 합리화해버리고, 나의 고양이가 될 녀석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외로움에 강하다는 어떤 풍문 때문에 '나의 고양이'를 찾게 된 것이다.
그렇게 대전 어느 작은 고양이 분양샵을 찾았다. 이 세상에 숨을 붙이고 태어난 지 고작 2개월 된 작은 고양이들. 그 고양이들을 한참 바라보고,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와 똑 닮은 녀석에게 눈길이 갔다. 어쩜 세상 모든 귀여움은 이 녀석이 다 갖고 있는 듯하다. 큰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데 '심쿵'이다. 심장아. 나대지마.
분양샵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생후 2개월된 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들은 분양샵에서 이렇게 살고있다. |
분양샵 아저씨는 "당장 데려가지 마시고요.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니까 일주일이라도 더 생각하고 오세요."라며 오히려 나를 만류했다. 나는 아쉬운 발걸음으로 다시 원룸으로 향했다. 그렇게 내 원룸에 새로운 생명체가 찾아오게 된 어느 날이었다. 이렇게 나는 '고양이 집사'가 되는 길에 들어서게 되는 걸까.
이정은 기자 widdms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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