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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투고投稿와 청탁請託

김희정 한국작가회의 감사

입력 2018-06-18 08:33   수정 2018-06-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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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한국작가회의 감사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고 가장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하나 있다면 여러 잡지에서 청탁(請託)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변변한 원고 청탁서 하나 오지 않았다. 작품 청탁 없는 시절을 보내면서 자괴감에 시달렸다. 중앙지가 아니라 지방지여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부터 내 작품이 변변치 못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문단 생활 20년을 앞두고 투고와 청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렇게 청탁을 기다렸지만 아는 선배나 선생님의 줄을 연결해 겨우 1년에 한두 번 작품 청탁을 받았고, 원고료도 없는 청탁이 대부분이었다. 출판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료 대신 잡지를 구독하는 독자가 되어야 했다.

출판사 사정은 지금이나 그 당시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판사는 늘 힘들고 작가들은 작품 한 편 발표하는 데 힘이 들고 작품 발표를 해도 원고료가 없거나 시 한 편에 몇 만원을 주면 고마운 마음까지 들 정도가 문단의 현실이다.

300여개가 넘는 잡지가 있고 3만 명이 넘는 작가들이 문단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업이라는 말은 쓸 수도 없고 전업 작가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에 전업 작가가 없기도 하지만 전업 작가라는 것이 백수와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나는 그 시절 원고청탁만 기다렸을까. 청탁이 아닌 투고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자존심 문제도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줄이 있는 사람들끼리 청탁을 주고받는 문화에 대한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문단 모임에 나가 선배들 모시고 잡지사 편집주간 눈 맞추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품을 실어주든 실어주지 않든 청탁을 기다리지 않고 투고를 했으면 어땠을까. 투고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문단 행사에 나가 선배들 비위를 맞추거나 편집 주간에게 술을 따라주는 것보다 나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문단 정치에 참여하는 일보다는 작품을 쓰고 갈고 닦는 일을 했으면 지금과는 내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문단 내 원고 청탁제도를 투고제도로 바꾸었으면 한다. 투고를 받아 좋은 작품을 골라 잡지에 싣고 원고료도 제대로 지급을 한다면 전업 작가라는 말도 지금보다 더 쉽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작품집을 출간할 때도 작가가 투고를 해서 출판사가 출간을 선택하면 작가에게 인세도 제대로 지급을 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작가가 작품집을 내는데 문예진흥기금을 받겠다고 작가 정신까지 팽개치고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상처를 입는 일도 없을 것이다. 투고제도를 정착시키면 좋은 작품들이 독자를 만날 기회가 더 생기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는 눈이 없는 잡지나 원고료를 주지 않는 잡지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가장 좋은 일은 작가는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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