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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이다]대전시민들이 바라는 '내팀' 대전시티즌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18-06-24 13:12
  • 수정 2018-06-24 23:49

신문게재 2018-06-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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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매운 대전시민들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으로 축구계의 시선이 러시아를 향해 있는 지금, 마냥 축구만을 즐길 수 없는 축구인들이 있다. 바로 K리그에 소속된 시·도민구단의 수장들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게 되면 K리그 11개 시·도민구단 관계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새로 취임하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구단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본보 주최로 열린 제12회 이츠대전 국제축구대회에 참석한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는 축사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대전시티즌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허 당선자는 대전시장 취임과 동시에 대전시티즌의 구단주가 된다. 새로운 구단주가 취임하게 된 이상 시티즌에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티즌은 시즌 초부터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며 팬들과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참다못한 팬들이 응원보이콧을 선언하고 '정상화추진위원회'라는 조직까지 만들며 쇄신을 요구했지만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했을 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올해 4월에는 구단 대표이사가 심판 판정에 대해 과도한 항의를 한 끝에 2천 만원의 벌금을 맞았다. 프로축구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축구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할 시민구단이 축구로 시민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올해 시티즌에 투입된 예산은 구단 창단 22년 이례 최고 수준이다. 본예산으로 65억이 지원됐고 지난해 선수영입 자금으로 추가된 추경예산 30억을 포함해 100억에 달하는 금액이 투입됐다. K2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예산이 대전에 투입됐지만 현재 시티즌이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100억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흥행의 지표라 할 수 있는 관중 수만 보더라도 평균 2천명도 되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417명이 입장한 경기도 있었다.

새로 부임하는 허태정 구단주는 과연 시티즌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방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5월이었다. 허태정 당선자 캠프로 시티즌 팬들이 찾아왔다. 당선 이후 구단의 쇄신 방안을 약속 받고자 위함이었다. 허 당선자는 팬들에게 "시장에 당선된다면 구단 운영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호 대표에게도 나름 장기적인 플랜은 있다. 다만 새로 구단주가 들어서는 시점에서 일련의 상황들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쇄신 방안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전처럼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문제에 급급했다가는 지난 20년간 반복해온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시티즌을 20년째 응원하고 있다는 한 시티즌 팬이 이런 말을 했다."외국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내팀'이라 부르더라 나도 그러고 싶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1부 리그 승격도 아니고 스타플레이어 영입도 아니다. 내가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고 자랑스럽게 응원할 수 있는 팀, 내가 사랑하고 그 사랑을 자식과 손주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런 '내팀'을 이제는 갖고 싶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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