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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신임 금산군수에게 바란다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8-06-26 08:07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김호택(연세소아과 원장)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사람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짐작만 해도 치열한 싸움 끝에 맛본 승리의 기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펼칠 기회를 갖기 위해 싸웠고, 이제 그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축하한다.

당선인보다 훨씬 더 많은 낙선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나 자신이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온몸을 다 바쳐 싸웠기에 지치고 실망된 마음 역시 짐작만 해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인생은 긴 것이고, 지금의 실패가 다른 더 큰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위로를 드린다.

내가 살고 있는 금산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다른 지역보다 더 치열했다. 우선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출마자들의 면면이 훌륭했고, '의료폐기물 처리장'이라는 괴물이 지역민들의 감정을 폭발시켰기에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20여년 간 금산에서의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나에게는 이번 선거가 가장 힘들었다고 느낀다. 30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한지도 벌써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이 작은 고장에서 웬만한 사람은 모두 가까운 사이이다. 거기에 군수로 출마한 문정우, 박범인, 이상헌 후보는 더욱 그렇다. 세 사람의 참모들 중에도 형님 같고 동생 같은 사람들이 캠프마다 십수 명씩 있다.

세 후보 중 누구에게도 가까이 갈 수 없었기에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중립을 선언했는데,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선거전이 치열해지자 나는 이삼일에 한 번씩 지지자가 바뀌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저런 소문이 돌아다니면서 '이게 사실인가?' 하는 진위를 묻는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아야 했다.

전쟁터에서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선거운동 기간이 지나고 투표에 의해 문정우 후보가 금산군수로 당선되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오랜 세월 동안 뚜벅뚜벅 걸어오면서 엄청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아왔기에 고생한 보람을 찾았다는 축복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몇 년 동안 변함없는 믿음으로 함께 해준 참모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렇지만 행복은 여기까지이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지금 금산은 성장동력을 엄청나게 깎아먹은 어려운 상황이다. 누가 군수가 되어도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그렇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지혜롭게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지난 12년 간 망가진 금산을 재건시킬 수 있다면 문정우 군수는 역대 어떤 군수보다 더 훌륭한 지도자로 금산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듣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과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양보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만약 타협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마음 속으로 기분 좋고 신념을 지켰다는 즐거움은 느낄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이 말하게 하세요. 들으세요. 그리고 협의하세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문정우 군수는 당선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협치(協治)'를 얘기하였다. 어려운 지역 사정을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덕목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하지만 협치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협치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문군수가 앞으로 수도 없이 느낄 것이 분명한 '속 터지고 짜증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문군수의 초심이 변하지 않고 협치하겠다는 마음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금산은 다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금산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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