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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선을 넘는다는 것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방원기 기자

방원기 기자

  • 승인 2018-06-27 08:06
김수경 교수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6월이 아직 다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나는 청포도의 계절 7월에 앞서 가 있다. 나는 어렸을 적 1년 열두달 중에 가장 좋아하는 달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7월을 꼽았다. 구태여 이유를 달자면 어린 마음에 7월은 방학이라는 휴식이 있어서 좋았고, 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강가에 나가 멱을 감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계절이 참으로 좋았나보다.

이육사님의 청포도란 시를 꽤나 좋아했던 연유도 그러해서다. '내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나라를 잃고 먼 이역 땅에서 고국을 바라다보는 사람의 시상이 어찌 그렇게 긍정적이었을까? 시적 자아(詩的自我)의 안타까운 마음과 향수, 그리고 암울한 민족현실을 극복하고 밝은 내일에의 기다림과 염원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육사님의 청포도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의 대치상황과 복잡 다양한 국제정세와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서도 우리들이 가야할 길을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주저리주저리 상징화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들의 봄은 남북정상회담으로 꽃씨를 심었고, 한반도 평화공존의 훈풍이 불던 5월 통일을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던 6월은 민족적 현실의 극복을 염원하는 계절이기도 하였다. 가슴을 열고 맞이한 내 민족과 서로를 끌어안고자 했던 6월이었으며,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심판하고자 했던 6월이었고,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이 소통을 하고자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 곧 '나'와 '그'에 대해서 재해석을 해야 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즉, 남북 분단으로 인해 약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역사적인 이산가족 상봉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도 6월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까지 두 손을 함뿍 적셔야 할 것인가? 어느 선까지 우리는 우리의 처신을 다해야 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가슴을 열고 맞이한 내 민족과 함께 넘은 선을 잊지 말고 기억해 두자. 남북 두 정상이 그렇게 넘나들었던 선 말이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심판하고자 했던 우리들의 마음의 선 말이다. 어느 유명 드라마에서 선을 넘는다는 것, 선을 지킨다는 것의 나레이션 부분이 아직 머리에 선하다. '선이라는 것은 딱 거기까지라는 뜻이다. 선을 지킨다는 건 지금껏 머물던 익숙함의 영역, 딱 거기까지의 세상과 규칙과 관계들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건 결국 선을 넘지 않는다면 결코 다른 세상과 규칙과 경계는 만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계를 꿈꾼다면, 사랑을 꿈꾼다면 선을 넘어야만 한다. 선을 지키는 한 그와 당신은 딱 거기까지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들이 넘어서야 할 선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하다.

이제 물꼬를 튼 남북관계, 북미관계,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인들과의 관계는 민족적 현실의 극복을 염원하는 선에서 꼭 넘어서야 할 선을 넘기를 바라고, 정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 정치로 선을 넘기를 바란다. 다만 6월속의 잡음이었던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스캔들과 의혹투성이의 논란거리들은 바른 정치인의 마음으로 해명하고, 극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들을 통 큰 마음으로 받아주고 우리를 위해 열정의 4년을 뛰어줄 그들에게 하얀 모시수건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소통의 정치고 소통의 대한민국이 앞으로 넘어야 할 선이 아닐까? 그런 연유에서 대한민국의 중심 대전이 소통의 도시가 되고, 소통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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