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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철도 연결의 꿈

장수익 한남대학교 문과대학 학장

입력 2018-06-28 08:25   수정 2018-06-28 08:49

장수익
장수익 한남대 문과대학 학장
필자의 선친은 가끔 중학교 시절 어렵게 모은 돈으로 봉천(중국 선양)에 수학여행을 갔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일본 강점기 때여서 기차로 이틀을 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학여행으로 간 선친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당시에 만주로 간 이들은 먹고살기 너무 힘든 때문이 대부분이었다.

이용악의 시 '전라도 가시내'(1940)를 보면, 전라도에서 북간도에 온 술집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울어 / 불술기(기차)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는 구절에는 할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그래서 이틀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려 기차의 창이 뿌옇게 보이는 참담한 심정이 잘 드러난다.

그래도 그때의 중국 만주는 아예 갈 수 없는 곳은 아니었다.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을 만큼 내몰렸을 때, 거기라도 가면 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어엿한 선택지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시에 누구나 가졌던 지리 감각이기도 했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이런 지리 감각은 남북분단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만주 심양이나 연변은 비행기로도 한참은 둘러서 가야 하는 머나먼 이국땅이 되었다. 아니, 그보다 거리상 훨씬 가까운 평양이나 원산, 함흥도 우리의 지리 감각에서 까마득하게 잊힌 곳이 되었다.

사실 지리 감각은 뜨겁거나 차갑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단순한 차원의 감각을 넘어 인간만이 가진 감각이다. 왜냐면 이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리 감각은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틀 짓는 역할을 한다. 똑같은 새 일을 하려 할 때도 낯익은 곳과 낯선 곳에서 할 때를 비교해 보면, 지리 감각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는 말을 했다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반박이 거세게 일어난 이유도 설명된다. 중동은 우리의 지리 감각 상 먼데다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이 또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웃이라는 지리 감각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의 사고와 행위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감각은 관광 같은 여흥은 물론, 사업이나 투자 같은 일도 하겠다는 결심을 그만큼 하기 쉽게 만들 것이다.

지난 2008년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논의는 이후 두 정권이 남북 대결을 선호함에 따라 진전된 논의 없이 중단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주부터 남북한 실무 관계자들이 모여 경의선과 동해선의 연결과 북한 철도의 현대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그 의의가 실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철도 연결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이나 남북한의 정치적 협력 증대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도 당연히 이에 동의하지만, 여기에 더하여 지난 70여 년을 섬 아닌 섬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의 지리 감각의 회복에 더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지리 감각의 회복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모든 사고와 행위를 확대하여 반도에 갇힌 우리 민족의 꿈을 획기적으로 열어젖히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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