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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54. 우리나라 없었다면 멕시코는 어땠을까!

월드컵도 '이이제이'인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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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멕시코와 스웨덴의 경기가 열린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시민들이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0-3으로 완패한 멕시코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린 '태극전사 매직' 덕분에 가까스로 7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연합DB
축구는 양편이 대항하는 구기 종목의 하나이며 발을 사용한다. 볼을 다루고 골을 다투는 대표적인 팀 스포츠이다. 축구는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로 볼을 다룰 수가 있으므로 경기 기술이 다양하고 많은 양의 달리기가 필요한 경기다.

또한 경기 상황이 매 순간 새로우므로 선수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게임을 펼쳐 나가야 한다. 축구는 드리블과 슈팅, 패스와 트래핑 등의 기술을 연마하면서 민첩성, 협응력 등을 양성할 수 있다.

격렬한 게임을 통해 강한 지구력과 투지를 배양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는 특히 협동심과 책임감, 단결심, 희생정신 등의 사회성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근대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의 폭정 하에 학대를 받아왔던 영국인들이 덴마크 군을 철퇴시킨 후 전쟁터에서 패잔병들의 두개골을 차며 승전을 축하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설이 회자된다.

축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된 스포츠의 하나가 되었으며 국가 간 대항전은 '대리전쟁'이라 불릴 만큼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대표적인 축구 세계대회는 FIFA 월드컵대회로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이다.

1930년 제1회 FIFA 월드컵의 개최권은 우루과이에 주어졌다. 올림픽 중간 연도를 택해 4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축구와 유사한 경기를 즐겨왔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에서 공차기 놀이가 있었는데 그 명칭이 '축국(蹴鞠)'이었다고 한다.

김유신과 김춘추가 이 놀이를 했는데 '농주(弄珠, 둥근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다가 옷고름이 찢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축구가 한국에 전파된 것은 1882년(고종 19년) 제물포에 상륙한 영국 군함 '플라잉 피쉬(Flying Fish)'호의 승무원들을 통해서인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는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가슴에 쌓인 민족의 울분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청량제였고 독립의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싹이었다. 일제 말기 강제로 해산되었던 조선축구협회는 해방과 함께 1948년 9월 4일 대한축구협회로 개칭하면서 새롭게 출범했다.

같은 해 FIFA(국제축구연맹)에 가입했고, 1954년에는 AFC(아시아 축구연맹)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본선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발을 내딛은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 최초로 진출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한국 축구는 1956년 제1회, 1960년 제 2회 아시안컵에서 연속으로 우승함으로써 아시아 축구 챔피언으로서의 기세를 드높였다. 이어 1960년대 이후 메르데카컵, 킹스컵, 아시안게임,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 등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각종 축구대회에서도 수많은 우승컵을 차지함으로써 명실상부 아시아 축구 최강으로 불리게 되었다.

세계무대에서의 도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우리나라 축구는 2002년 일본과 함께 월드컵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적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국가 대표팀들을 누르고 4위 성적을 올리는 찬란한 금자탑을 이룩하였다.

'황금발'을 가진 세계적 축구 스타플레이어 중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연봉이 923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802억 원,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670억 원이라고 하니 그들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기업인 셈이다.

그들이 축구 하나로 부를 쌓았다면 권력까지 거머쥔 자로는 중국 고전 '수호지(水滸志)'에 등장하는 고구(高毬)가 손꼽힌다. 고구는 본디 시정잡배였는데 평소 공차기를 잘 했다. 그러던 중 축구팬이었던, 후일 북송(北宋)의 휘종(徽宗)이 되는 단왕(端王)의 눈에 들어 벼락출세를 하기에 이르러 일약 태위(太尉)까지 되었다.

태위라는 자리는 그 위세가 어마어마했는데 이를 확인하자면 유튜브를 통해 '수호지'를 보면 드러난다. 각설하고,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덕분에 어부지리로 16강에 진출한 멕시코 팬들은 "사랑해요! 코리아~"를 외치며 난리법석이라는 뉴스가 도배를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멕시코는 F조 3차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졌기에 16강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복병' 대한민국이 독일을 2-0으로 잡은 까닭에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에 감읍한 멕시코 팬들은 "한국 덕분에 살았다"고 외쳤고 멕시코 전역에는 '감사합니다, 코리아!' 열풍이 불었다. 멕시코시티의 한국대사관에는 현지인 수백 명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는가 하면 한국인만 봤다손 치면 무등을 태우는 등의 환대를 하는 모습 역시 유튜브에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멕시코의 한 맥주회사에서는 멕시코의 기아차 현지공장에 맥주를 아예 트럭으로 보내는 등 얼마나 좋았으면 저리할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정말로 융숭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한 모습에서 새삼 이이제이(以夷制夷)까지를 덩달아 느낄 수 있었다.

'이이제이'는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함을 이르는 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축구가 불가능으로 여겼던 독일을 침몰시킴으로서 멕시코는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우리 축구의 독일 격침은 사실 이이제이라기보다는 우리 선수들의 사즉생(死卽生) 각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마치 이순신 장군의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남아 있습니다")' 배수진의 그것처럼.

우리가 간악한 일제로 말미암아 남북이 분단되었다면 멕시코는 미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닌 국가와 민족이다. 1846년 4월~1848년 2월까지 치러진 미국 - 멕시코 전쟁에서 멕시코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땅을 미국에 빼앗겼다.

그중엔 돈을 받고 판 땅도 있다곤 하지만 사실상 이는 강압적 매도로 봐야 한다.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국가의 지도자가 자국의 땅을 팔겠는가! 지면 상 모두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터임에 생략하겠지만 멕시코는 지금의 뉴멕시코 주, 유타 주, 네바다 주, 애리조나 주, 캘리포니아 주, 텍사스 주, 서부 콜로라도 주의 거의 모든 영토를 미국에 양도했다.

그런데 이 양도의 속내는 미국으로부터 약간의 돈을 받는 모양새를 취했을 뿐 실제로는 약탈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러한 멕시코의 과거의 아픔을 거론하는 건 우리처럼 국토를 '빼앗긴' 동병상련의 정서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노파심에서 첨언하는데 정부는 정례적이었던 한미연합훈련까지 줄줄이 스톱하고 있다. 북한이 핵 폐기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미리 결정한 건 군사 전략적 주도권을 북한에 그냥 넘겨주는 형국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아울러 이는 마치 신용상태를 알 수 없는 떠돌이 손님이 값을 물어보자 자신이 가진 상품 모두를 조건 없이 모조리 내주는 엉터리 상인과도 같은 셈이라는 지적이다. 작전(作戰)이란 군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행하는 전투, 수색, 행군, 보급 따위의 조치나 방법을 뜻한다.

따라서 작전은 군의 존재 이유이며 또한 유사시에 전쟁에 대비하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훈련을 거듭해도 부족하다. 그러하거늘 남북관계에 잠시 훈풍이 분다고 스스로 각종의 훈련까지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건 북측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의 국방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임계점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화끈한 국민성답게 멕시코 국민들이 우리나라 축구의 독일 격침에 너무나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월드컵도 '이이제이'가 통하는 시장인가 싶어 웃음이 만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터키가 우리나라를 형제국가라고 부른다는데 이번 월드컵 예선 '사건'을 계기로 멕시코마저 우리를 그리 부르고 환대해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멕시코가 더욱 선전하여 월드컵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두길 응원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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