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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평범함과 기괴함의 모순

- 영화 <마녀>

한윤창 기자

한윤창 기자

  • 승인 2018-07-05 09:17
마녀
이 작품은 모순적입니다. 평범함과 기괴함이 공존합니다. 영화는 주인공 자윤에 대해 전반부의 긴 시간을 할애해 보통 소녀의 발랄함과 일상성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관객에게는 프롤로그를 통해 기괴한 폭풍의 전조가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후의 작은 균열도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이 당차고 명민한 소녀가 왜 마녀여야 하며, 그녀는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가. 자윤은 관객을 근심하게 합니다. 전통적으로 공포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평범한 일상성에서 빗겨난 존재였습니다. 애초부터 불행했거나, 원한을 품은 상태로 등장합니다. 처녀귀신, 장화와 홍련 등등. 관객들은 이들 캐릭터에 몰입하거나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심하고 경계할 뿐입니다. 너무 놀라지 않도록. 그러나 자윤은 한 동네 사는 이웃입니다. 딸의 친구이거나 아들이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공부 잘 하고, 성품도 싹싹합니다. 늙고 병든 부모를 도와 소 키우는 일을 돌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바로 마녀입니다. 놀라운 괴력을 지니고 위험한 사태를 유발합니다. 몰입/동일시의 대상이 동시에 공포/경원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모순이 곧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선 유전자 조작이 야기하는 충격과 공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2018)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 오늘날 교육 현실에 대한 비유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중성, 모순성과 관련하면 후자가 더 타당합니다. 전자든 후자든 배후에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자신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뒤에서 조종하고자 하는 것. 이 탐욕이 바로 기괴함과 공포, 폭력을 일으킵니다. 영화에서 자윤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평범한 시간 속에서입니다. 간간이 드러난 이해할 수 없는 마력에도 내치지 않고 보살핀 구 선생 부부의 사랑과 이웃의 선의 안에서 말입니다.

배우 김다미는 놀라운 연기력으로 자윤의 모순을 표현합니다. 김고은, 김태리와 견주기도 하지만 이들과는 또 다른 '날것'의 생생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녀의 연기는 현실과 잇닿고, 현실에서 끌어올려 조금도 작위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그녀를 통해 평범한 일상 속 아름다움과 강요, 억압이 만들어낸 괴물 사이의 위태로움이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임을 목도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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