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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 대통령의 기무사 '독립수사' 지시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18-07-10 19:34
  • 수정 2018-07-11 16:37

신문게재 2018-07-11 23면

기무사가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특별수사를 받게 됐다.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다.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 기억에 생생한 불과 2년 전 대통령 탄핵 상황 때 개입한 것이어서 더 놀랍다. 문 대통령이 인도 현지에서 독립수사단 운용을 지시한 이유는 '위중함, 심각성, 폭발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대착오적이다.

정확한 '팩트'는 수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위수령 발령과 계엄령 선포 등 실행계획을 세웠다면 좌시할 수 없다. 군인권센터 등이 공개한 문건대로 보면 온 세계가 인정한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무력 진압하고 정권 유지를 돕는 친위 쿠데타 성격이 짙다. 내란을 의도할 정도의 계획 수립 자체가 헌정 파괴, 국기 문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력을 봐도 기무사는 정치 개입의 중심에 자주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정치 댓글 공작 논란,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의 반정부 인사 '청명계획' 등 현란한 과거사는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없다. 그런 기무사가 올 1월 서울현충원에서 '기무사 정치적 중립 준수 선포식'을 하고 새로 태어난다는 세심(洗心) 의식을 갖기도 했다.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적폐를 스스로 끊기 어렵다면 남은 방법은 '근본 수술'일 것이다.

벌써부터 기무사 개명이 아닌 해체 수준의 변화가 거론되고 있다.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안에 대해 국방부도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기무사가 '고강도 개혁 통해 보안 방첩 전문기관으로 혁신'을 말한 것이 며칠 전 일이지만 지금은 독립된 수사기관에서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게 우선이다. 기무사가 국민의 군대이기를 정말 포기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고, 사실이라면 해체에 준하는 전면 개혁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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