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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사는 맛이 묻어나는 그림과 글 '농촌 어머니의 마음'

김순복 지음 | 황금알

입력 2018-07-12 15:07   수정 2018-07-12 18:04
신문게재 2018-07-13 9면

농촌어머니의마음
 황금알 제공
옛 교과서에서 본 듯한 정겨운 그림체. 사람들은 파란 하늘 아래 씨앗을 심고 모판을 나른다. 고추를 가득 따고 밭을 나서는 발 옆을 누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따라온다. 장터 해남상회 앞에선 두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 보따리를 풀며 그날 팔 것들을 꺼낸다. 해남 농촌의 일상과 풍경이 책장 너머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여섯 살 연필을 쥐기 시작할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작가는 아버지가 전매청에 인부로 취직한 일이 기뻐서 복 많은 아이라고 이름을 '순복'이라고 지어주었다. 신작로 가에 엄마는 작은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면서 가족을 꾸리며 살았다. 어린 시절의 작가는 길 건너 논밭이 있어, 봄이면 누런 밀밭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세상의 색채에 감동하고 형상이 마음속에 사무쳐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못 배기는, 천성이 시작된 어린 날의 기억이다.

저자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혼자 그림 공부를 시작한 것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농사를 지으면서는 엄청난 노력과 희생도 필요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신념, 딸들이 보낸 76색 수채화 색연필이, 그 고난을 밑그림 속으로 숨기고 색을 칠하게 했을 것이다.

그림과 어우러진 시도 소박하고 솔직하면서 재미있다. '비 오는 날은 궁금한 것이 기름 냄새를 피우고 싶다. 김치 썰고 파 썰어 밀가루 부침개를 부친다' 며 일상의 즐거움에 미소짓게 하다가도 '어머니의 수고는 퍼 줘도 줘도 채우지 못하는지…가슴의 선혈같이 붉은 고춧가루를 퍼 담아 주지요' 하며 마음을 울린다. 산다는 게 이런 거지 싶은 따스함이 있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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