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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고령화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

신천식 도시공학박사. 행정학 박사, 신천식의 이슈토론 진행자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18-07-16 11:33

신문게재 2018-07-1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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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도시공학박사·행정학 박사
얼마 전 오랜 지인들과의 저녁 모임이 있었다. 다들 은퇴하고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지라 맛난 음식을 먹어보자는 요청에 따라 유명 맛집으로 약속장소를 잡아서인지 넓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끌벅적하면서도 들떠있는 분위기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안쪽에 있는 별도의 방으로 안내되어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얼마 전 치른 6.13 지방선거 이야기도 하고, 개인적 관심사도 부담 없이 토로하는 기회가 되었다. 지인 한사람이 일하긴 해야겠는데 어떤 일이 좋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너도나도 자기도 그런 고민이 있다고 하며 일거리를 서로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다들 연금을 받던지 기본재산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일자리 타령인지 내심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건강한 나이에 은퇴했으니 이제는 놀러도 다니고 봉사활동이나 하면서 여생을 즐기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던졌더니 나온 대답이 의외였다. 노는 것도 지겹고 여행도 어지간한 곳은 다녀와서인지 시들하고, 봉사활동은 아직은 낯설고, 무언가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을 국가적 대재앙이나 사회적 위기로 규정하여 대책을 강구하기에 절치부심하는 것이 현실일진데 전혀 다른 시각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것은 일부만의 배부른 넋두리일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배고픈 현실을 풍요와 여유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초고속 압축성장시대의 주역들이 고령자가 되면서, 과거의 노년층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자신감과 에너지를 가진 새로운 신인류가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은퇴 이후에도 나이를 잊어버리고 청년의 마음을 간직하며 낙관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새로운 세대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나이가 들면 인생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통상적인 상식을 거부하고 인류 어느 세대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 고령사회로의 여행을 설레며 기대하고 준비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령화 세대, 노년기, 은퇴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고,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건강수명이 늘어난 만큼 보다 적극적이며 여유로운 삶을 모색하고 실현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닐까? 미국의 저명한 노인학자 폴 어빙(Paul Irving)은 노년의 삶을 D에서 C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D로 시작되는 쇠퇴(decline), 치매 (dementia), 의존(dependency), 질병( disease), 장애(disability) 가 아니라 C로 시작되는 선택(choice), 유대(connectedness),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배려(caring), 열정 (compassion), 창의성(creativity), 기여(contribution)로 전환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음미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일은 평소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급격한 사회변동의 와중에서는 더더욱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고령화의 시대가 거부할 수 없는 숙명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지금의 현실을 맞이하여 우리는 모두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윤리와 가치관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모색하고 정립하여야 할 의무와 사명감이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덤처럼 주어진 수명연장의 축복을 온전히 누리는 최선의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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