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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왈, "여성성이 세계를 구원하리라"

우난순 기자

우난순 기자

  • 승인 2018-08-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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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차기 대전주자를 꿈꿨던 정치가의 판결이라 갑론을박이 뜨겁다. 특히 여성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안희정이 누군가. 안희정은 김지은씨의 '미투'가 있기 전엔 여성들의 지지와 성원이 여느 연예인 못지 않았다. 당장 대선에 출마하면 따논 당상일 듯 싶었다. 그만큼 여성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를 한 몸에 받아왔었다.



이쯤에서 과거 안희정의 발언이 생각난다. 안희정이 도지사 시절 대전 대흥동 도지사 관사에 대전여기자클럽을 초청했다. 도청이 내포로 이전하기 직전 여기자들과의 점심식사를 도지사 관사에서 한 것이다. 고색창연한 도지사 관사에서 야외뷔페는 그야말로 훌륭했다. 눈부신 계절 5월에 핸섬하고 명망있는 도지사와의 점심식사로 여기자들은 한껏 들뜨고 설렜다. 안 지사 주위로 모여든 여기자들의 존경어린 눈빛을 안 지사가 모를 리 없었을 터였다. 왜냐면 늘 여성팬들에 둘러싸여 있는 정치가가 아닌가.

안희정은 신선하고 맛있는 요리를 여기자들과 같이 먹으며 블루하우스가 멀지 않았음을 상상했을까. 안희정은 여기자들에게 충남 도정의 청사진과 자신의 정치 철학을 유장하게 펼쳤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장하면서 정의에 찬 목소리로 괴테의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로 갈무리했다. "여성성이 세계를 구원하리라."

안희정은 이때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자신을 구원해 주리라 믿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노련한 정치가처럼 비쳐진 안희정은 결국 아랫도리를 함부로 휘두른 바람에 달리는 말에서 떨어졌다. 적어도 김지은씨와 진심으로 사랑한 사이였다면 '사랑한 죄'로 동정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허나 안희정은 '모든 여자와 잘 수 있다'는 그저 그런 헤픈 사내로 전락해 버렸다. 남자에게도 정조는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관념은 허리 아래 저지르는 실수는 용인돼야 한다는 게 현실이다. 과연 안희정은 정치에 재개할 수 있을까.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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