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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63화.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허투루 했다가는

국민연금이 국민원금(國民怨金) 안 되려면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08-17 00:00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의 혁신과 이로 인하여 일어난 사회, 경제 등의 큰 변화 및 혁신을 일컫는 말이다.

산업혁명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세계를 크게 바꾸어 놓게 된다. '제2차 산업혁명'은 제1차 세계 대전 직전인 1870년대에서 1914년 사이에 일어났다. 철강, 석유 및 전기 분야와 같은 신규 산업의 확장과 대량 생산을 위해서 전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등의 등장 역시 이 기간에 포함된다. '제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아날로그 전자 및 기계 장치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에 이르는 기술의 발전을 가리킨다. 1980년대에 시작된 이 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제3차 산업혁명의 발전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및 정보 통신 기술도 포함된다. 그랬는데 어느덧 '제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있다. 이 혁명에는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나노 기술, 생명 공학, 사물 인터넷, 3D 인쇄 및 자율 자동차 등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부터 장년까지 뇌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전략]은 박규리 외 3명의 공저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은 이미 도래하였음에도 하지만 우리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이 혁명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알려준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지금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지금도 수시로 '갑질'이라는 불편한 말이 들려온다. 갑과 을의 관계를 빗댄 '을사조약'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을이 죽어나는 계약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생살여탈권을 쥔 대기업 앞에서 을의 관계인 협력업체는 감히 거부하는 반응을 부리지 못한다는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 정책에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이 반발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을사조약인 셈이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저자 4명이 모두 '뇌교육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고로 본 저서는 뇌교육학이라는 특별한 교육 분야에서 십여 년간 이론과 실전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전략서다.

한데 지금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연일 매스컴에서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예측일 수밖에 없고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웅크리고 있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답답했던 부분은 여러 곳에서 발견했다. 우선, 2006년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이 저출산이 심각해 인구가 소멸하는 지구상의 첫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1960년대에는 가구당 자녀 평균 6.0명이라 '인구폭발'을 염려했다지만 이제는 저출산으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사형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와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거쳐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에서 나온 말인 'N포세대'라는 유행어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우울한 증상의 대한민국 기류는 취업의 어려움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했어도 학자금 대출 상환의 압박이 시작된다.

정규직으로 취업이 된다면 그 빚을 변제할 수 있겠지만 인턴이나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취업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자칫 7포세대로까지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직장인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따위는 삶의 질과 만족도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예전에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대한민국의 직장인(가장)들은 가족들이랑 먹고사는 것과 자식들 교육시키는 것이 지상 최고의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오직 성공과 돈, 그리고 부자 되는 것이 모두의 꿈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행복과 힐링으로 삶의 주제와 목표까지 치환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나이 상한을 현행 60세 미만에서 65세 미만으로 지금보다 5년 정도 단계적으로 연장한다는 설이 난무했다. 이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4% 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국민이 봉이냐?"며 강력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노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 65세는 UN이 정한 국제기준이다. 하지만 그 유례가 1889년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시절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 수급연령을 65세로 정했다. 당시 독일인 평균수명은 고작 49세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는 비스마르크의 어떤 꼼수였다는 것이 드러나는 셈이다. 장수인구가 증가하면서 이제 65세는 사실 노인도 아니다.

경로당에 가면 65세는 먼 발치에도 앉을 수 없다는 우스개까지 있으니까. 아무튼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전략> 책은 은퇴 나이가 늦을수록 의료비용이 낮아지고 더 오래 산다는 것까지를 지적한다.

더불어 제일 좋은 노후대책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에 넉넉한 국민연금까지 보태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물경 635조원이나 되는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1% 포인트만 높여도 기금이 고갈 시점을 5년 이상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기금 운용을 책임진 기금운용본부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데도 이런 문제부터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의 추가 부담을 늘리거나 연금 수령 시점을 더 늦추는 해법만 찾고 있다는 보도를 C일보가 8월 13일자 사회면에서 냈다.

요컨대 기금 운용을 총지휘하는 기금운용본부장 공백 사태가 1년 이상 길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지난 2014~2016년까지는 4~5%가량이었고, 지난해엔 글로벌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7.26%를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0.49%로 추락했다고 하니 걱정을 안 하는 국민이 없을 정도다. 일반 기업에서 이 정도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손 치면 해당 CEO는 진작 문책성 해고를 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은 자칫 국민원금(國民怨金)으로 전락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넘게 비어 있는 현실부터 타개해야 옳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유능한 CIO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이를 기화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만약에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지금처럼 허투루 했다가는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때문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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