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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의 세상만사] 일회용 컵 규제 '가지고 갈까, 마시고 갈까'

서혜영 기자

서혜영 기자

  • 승인 2018-08-19 09:42
  • 수정 2018-08-19 14:58
캡처

'가지고 가시겠어요? 마시고 가시겠어요?'

요즘 하루에 한번은 꼭 받는 질문이다. 그리고 질문을 받을때마다 번번히 고민하게 된다. 바로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과 관련한 것이다.

정부의 일회용컵 규제가 시행된 지 2주가 조금 넘었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규제의 필요성에는 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공감하지만 시장은 아직까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평소 음식이나 음료를 빨리 먹지 못하는 나는 솔직히 아직까진 불편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나 역시 점심을 먹은 후 커피전문점을 애용한다. 점심을 먹은 후 커피숍에 앉아있는 시간은 길어야 15분 정도. 난 대부분 그 시간안에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해 사무실에 가져와 먹곤 했다. 하지만 일회용컵 규제가 시행되고 나서는 배가 불러도 억지로 커피를 다 마시거나 남기고 와야 했다. 아니면 아예 커피만 사들고 가게를 나왔다.

'매장 안에서 먹을 때는 무조건 머그컵을 아니면 일회용 잔을' 간단히 보이는 이 규칙은 실제론 쉽지 않은 듯 하다. 잠깐만 있겠다고 해서 일회용 잔에 줬더니 30분 넘게 있으며 다 마시고 가거나, 일회용 잔에 담아갔는데 다시 매장 안에서 먹어야 할 경우 등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다른 곳은 다 주는데 왜 여기만 안주느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들을 설득시키기도 힘들다고 한다.

손님의 입장에서도 과연 머그겁의 청결상태가 믿을만한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주말 점심에 집 앞의 유명 커피전문점에 갔더니 매장 안의 손님 3분의 2는 일회용 잔에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늘 만원인 그 곳은 손님이 너무 많아 컵이 모자란다며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컵을 닦아야 하는 알바생들이 정말 고단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렇게 바쁜데 컵이 깨끗하게 씻겨질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플라스틱컵만 규제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종이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꼼수 영업'도 하고 있다. 컵의 안쪽을 코팅하는 종이컵은 재활용이 되지 않아 또다른 일회용품 사용을 늘리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2015년 기준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3위라고 한다. 또한 지난 3월 영국의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경기·인천 해안은 전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가장 오염된 지역 2위였다. 3위는 낙동강 하구로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 규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몇몇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영업점에 식기세척기와 머그컵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쌀 빨대의 도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또한 소비자들 스스로도 텀블러의 사용이 늘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모두를 한 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규제에 대한 세부지침을 더 정확히 하고 텀블러 사용자의 할인 혜택을 늘려주는 등의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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