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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꿈속에 그려라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8-09-17 11:43

신문게재 2018-09-18 23면

안성혁
안성혁 작곡가
그리움 그 인류 보편의 정서.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는 이 그리움을 간직해왔다. 그리고 많은 음악가들이 이를 주제 삼아 표현했다.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오래된 기억과 장소를 그리워한다. 회귀본능 때문일까? 고향과 조국은 그리움이란 면에서 더 각별하다. 많은 음악가들이 이를 테마로 작곡하고 연주한다. 지금부터 이를 절절하게 표현한 음악을 만나보기로 하자.

우선 출발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경남 마산 합포만 현대음악제에 작품을 발표하러 갔을 때다. KTX를 타고 마산역에 도착. 역을 나오니 시비 하나가 나를 반긴다. 이은상의 '가고파'였다. 이 시에 작곡가 김동진이 곡을 붙였다. 이곡이 바로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가고파'다. 두 예술가가 만나 고향의 정서가 담긴 가곡이 탄생했고 이 가곡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고향을 향한다.



시간을 더 뒤로 물리고 독일 베를린의 어느 작곡가의 사저로 가보자. 이곳에 특이한 연못이 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이 있고 통영 부근에 대나무가 심겨져 있다. 통영은 이 작곡가가 그리워한 고향이다. 여기는 작곡가 윤이상의 집이다. 생존 시 유럽5대 작곡가였던 그는 조국을 사랑했고 민주화와 통일을 염원했다. 작곡가 윤이상은 '나의 민족 나의 조국'이라는 곡을 써서 그 꿈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불행히도 독재자의 억울한 희생양이 돼 평생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베를린에서 한 맺힌 생을 마감했다. 2018년 3월 20일 그의 유해가 통영에 안치됨으로 그는 고향의 품에 안기며 생전의 소원을 이룬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 장소는 미국 뉴욕. 한 중년의 작곡가가 있다. 그는 1892년에서 1895년까지 미국의 뉴욕 내셔널 음악원 원장으로 미국에 초빙돼 왔다. 바로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이다. 그는 이곳에서 롱펠로우의 시를 만나고 흑인영가를 접하는 등 미국문화를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음악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쌓는다. 그것은 '신세계(미국)에서'라고 불리는 그의 교향곡 9번이다. 이 신세계 속에서 그는 체코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다. 특히 그리움은 2악장을 통해 잘 나타난다. 2악장의 주선율은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예 터전 그리워 향기도 높아…"라는 가사를 붙여 애창되고 있다.

위의 세 음악가를 통해 고향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보았다. 그 그리움은 음악을 통해 표현됐다. 그 들은 우리에게 값진 음악의 유산을 남겼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음악을 들을 때 감동한다.

가을이다. 그리고 곧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이 계절 이 시기에는 모두가 고향과 가족을 생각하고 설렘으로 명절을 준비한다. 추석에 고향과 가족 친지를 찾을 때 이 음악을 들으며 가는 것은 어떨까? 김동진의 '가고파'와 윤이상의 '고풍의상' 그리고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같은 친근한 클래식 등과 함께. 아마도 좋은 사람들 만나는 고향길에 훈훈한 정취를 더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추석을 맞으시길 바라며.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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