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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협상보다 중재가 더 어렵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8-10-01 08:11
  • 수정 2019-04-29 10:32
서준원 박사
서준원 박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 유럽 외신은 역사적 만남으로 보도하면서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벌써 또? 왜? 세 번째 만남은 평양의 열폭적인 환대로 시작해 백두산 정상까지 치달았다. 순안공항엔 태극기 대신에 한반도기가,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인파의 손에도 인공기와 한반도기만 넘쳐났다. '빛나는 태양'을 모신 15만 관중이 모인 성대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감격했고, 민족과 자결을 외쳤다.

숨 고를 겨를도 없이 미국으로 날아갔던 문 대통령의 노고가 안타깝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수고를 평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 화술은 여전했다. 앞에서 달래고 뒤에선 뒷짐 지는 듯한 트럼프의 허세와 여유는 무슨 의미일까. 북핵 해결의 시간은 3년이면 족하고, 심지어 시간도 정해 놓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유유자적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결국은 모든 게 미국의 손에 달렸다는 우회적 표현일까. 북한에 뭔가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간곡한 설득(?)과 회유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한 트럼프다. 풀어 말하면, 아직은 대북제재를 풀어 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도 한반도의 현실과 종전선언까지 역설했지만, 외신의 반응도 기대 이하다. 북한과 미국을 넘나들면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문 대통령으로선 답답할 것이다. 북한이 자신에게 보여준 신뢰와 진정성이 국제사회에서 냉랭한 취급을 받는 것에 더욱 난감할 것이다.

동창리 핵실험 장소는 파기되었고 핵을 폐기하겠다는데, 왜 사람들은 북한의 그런 진심을 알아주지 못할까. 게다가 야당마저 등 돌린 채 연일 비판 중이다. 우파진영 세력의 SNS를 통한 저항적 내용의 가짜뉴스(?) 확산마저 꺼림칙한 모양이다. 외신 인터뷰에서도 이 대목이 언급될 정도이니, 문 대통령으로선 참으로 답답하고 난감할 것이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파괴와 풍계리 핵 실험 현장의 상징적 철거는 전형적인 외교적 상징주의의 범주에 속한다. 남북 정상들이 '호의적으로 마주하는 것'과, 서로에게 베풀고 '이익을 나누는 호혜'는 다르다. 일방적 그리고 지나친 관심과 동조는 호혜의 범주를 벗어난다.

북한의 핵실험장 폭파는 상징일 뿐이다. 현실은 북이 손에 쥐고 있는 핵이다. 사실 북핵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내부의 개혁과 인권문제다. 이 사안은 갈 길은 먼 데 길이 안 보이는 난제 중의 난제다.

문 대통령도 이 사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인권변호사란 타이틀이 아깝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염두에 두었다면, 열폭적인 환대와 매스게임 쇼 관전을 정중하게 사양했더라면 더 평가받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수고와 진심이 북이 베푼 '호의와 상징'에 묻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북핵과 관련해 방북 중에 확실한 언급을 받아내라는 우파진영의 논리는 너무 비약적이다. 문 대통령인들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만, 그건 미국을 상대로 써야 하는 북한의 생존카드다. 반면에, 두 사람만이 독대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 특히 인권문제를 언급했기를 기대해 본다.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인지라 여차하면 취소할 수 있다는 발상. 우선 당근부터 주고, 여차하면 다시 거둬드리자는 발상. 이런 식의 발상과 대처는 우리가 북한에 늘 당해왔던 고전적 접근법이다. 줄 것과 받을 것이 공정하게 오가는 것이 호혜다. 기실 협상보다 중재가 더 어렵다. 중재자는 호의와 상징에 혹하는 것 보다, 호혜와 현실을 직시해야 양측으로부터 오해와 불신을 피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려한 레토릭과 별개로, 외신은 김 위원장을 지금도 무서운 독재자로 취급한다. 백두산 정상에서 함께 손을 잡았을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함께 올라섰다. 이래저래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과 향후 북미회담 과정이 주목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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