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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대전시립합창단, 밤의 노래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정교한 해석으로 단단한 내공 드러내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8-10-18 14:26

신문게재 2018-10-19 9면

2018 오지희 반명함 사진
9일 서울예술의전당에 이어 10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대전시립합창단 연주회는 '밤의 노래' 주제에 걸맞게 깊은 감성을 보여주며 합창단이 지닌 단단한 내공을 대내외에 확인시켰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실내악단과 함께 한 바흐, 브리튼, 뒤뤼플레 음악에는 공통적으로 밤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어두움, 심연, 죽음, 기다림, 희망의 의미가 충만히 담겨 있었다.

첫 곡 바흐 칸타타 BWV 131은 깊은 곳에서 주님께 부르짖으며 죄를 씻고 구원받길 기원하는 종교가사로 이루어져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선율기법과 가사의 의미를 강조하며 여러 성부가 동시에 움직이는 화성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대전시립합창단이 들려준 음악엔 깊이와 품위가 있었다. 오랜 시간 정교한 음악에 훈련된 합창단만이 낼 수 있는 정제된 울림이었고 바로크 음악에 특화된 합창단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연주였다.



이어진 테너, 호른, 현악기를 위한 세레나데는 영국 현대작곡가 브리튼(Britten 1913~76)이 테니슨, 블레이크, 키츠 등 16~19세기 영국 대표 시인의 시를 특유의 개성있는 음향으로 엮은 연가곡집이다. 총 8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테너와 호른이었다. 테너 김세일은 맑고 호소력있는 음색으로 영국시에 내재된 목가적인 느낌과 섬세함을 성공적으로 끌어냈으며, 밸브 없는 내추럴 호른과 현대적 호른을 함께 사용한 호르니스트 이석준은 브리튼 음악의 서정성과 강렬함을 인상적으로 펼쳤다. 현대음악기법으로 작곡된 다소 낯선 작품이기에 영국 시와 브리튼음악에 대한 생생한 해설이 있었으면 관객 입장에서 보다 다가서기 용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프랑스 작곡가 뒤뤼플레(Durufle 1902~86) 레퀴엠은 후반부 핵심 프로그램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연주였다. 시종일관 오르간이 경건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중세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에 기초한 미사곡의 신비로운 매력이 돋보이는 레퀴엠이다. 매우 까다로운 곡임에도 대전시립합창단은 톨 지휘자의 탁월한 음악 해석에 힘입어 감동적인 울림을 선사했다. 단지 독창부분에서 악보 없이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자신있게 수행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렇듯 '밤의 노래' 연주회는 정교하게 무르익은 무대로 수준높은 음악역량을 선보였다.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대전시립합창단만의 견고한 음악성을 보여준 의미있는 연주회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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