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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맛있는 건축설계를 위한 레시피

김용각(대전건축사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원영미 기자

원영미 기자

  • 승인 2018-11-01 10:12

신문게재 2018-11-02 23면

김용각
김용각(대전건축사회장)
몇 해전부터 매스컴과 실제 생활에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레시피가 공개되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간단한 인스턴트부터 고수의 비법까지 무궁무진한 요리의 세계는 식당을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거론되게 하였다. 어렸을 적에 '함박스텍'을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아닌 나이프와 포크로 어설프게 썰어 입에 넣으며 느낀 새로운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그 당시에는 꼭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던 요리가 요즘은 냉동제품은 물론 엄청난 종류의 레시피가 존재해서 취향껏 가정에서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요리연구가가 창작하는 새로운 요리는 호불호가 있지만 영역의 무한함을 느끼게 한다. 더 전문화되고 다양화되어 경쟁도 무척 치열하다. 단 돈 몇천원부터 수십만원까지 재료, 양념, 손맛까지 더해진 요리는 철저히 맛으로 평가되어진다. 물론 그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관심도 없으면서도 사회적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오류같은 평가도 있겠지만 대체로 노력에 맞는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건축설계를 요리에 비교해 보았다. 다양한 용도에, 다양한 기능에, 다양한 부지에, 건축주의 경제적 상황과 현행법을 파악하여 만들어내는 엄청 복잡한 요리라고 생각한다. 건축주의 요구가 완전히 틀린 맛이 아니라면 최대한 수용해야 하고, 상충되는 요건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소위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건축설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직 현재의 국민 의식에서 건축설계는 생소하고 무지한 영역이라고 느껴진다. 경제적인 부를 이루었거나 생업에 꼭 필요하여 요구되는 업역이기도 하지만 인스턴트같은 공동주택을 구매하여 자신의 삶을 맞추어가는 시대적인 건축상이기도 하다. 만들기보다는 사는 것에 더 익숙하여 자신이 원하는 건축을 잘 모르거나 생각도 해보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혹 그 경험에 다가설 수 있는 사람도 설계비를 우선순위로 두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계획과 상상을 실현해 줄 수 있는 건축사를 찾기보다는 인허가와 빠른 작업을 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 요리에 비교하면 자신이 먹고 싶은 맛과 품질보다는 싸고 빠른 요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차라리 인스턴트를 구매하는 것이 더 안전할텐데 말이다.

좋은 요리를 만드는 식당을 찾듯 좋은 건축을 설계할 수 있는 건축사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취향과 요구를 수용할 수 있고 전문가로서 멋을 더할 수 있는 그런 건축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에 고급주택을 짓기 원하는 건축주 부부가 내방하여 다양한 요구사항을 피력한 후 설계비를 물어와서 일반적인 주택보다는 디테일도 많고 디자인도 고민해야 되기에 소신껏 설계비를 제안했다. 물론 다시는 연락이 없다. 단촐한 국밥을 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 다양한 한정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욕심일 뿐이다. 전문가가 그 역할을 다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존중받는 사회에서 그 빛을 더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가 빨리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인스턴트 커피대신 드립커피를 한 잔 만들어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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