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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플이 악플(악성 댓글) 못 당하는 이유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18-11-05 16:26
  • 수정 2018-11-06 08:50

신문게재 2018-11-06 23면

좋은 댓글을 달자는 선플운동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늘고 있다. 충남도처럼 선플단체와 선플운동 실천 협약을 맺기도 한다. 선플달기 참여 학생에게 봉사 점수를 매기는 곳도 있다. 어느 정도 저지 효과는 있을 테지만 인격살인이 난무하는 뉴미디어 시대를 정화하기에는 힘겨운 방식이다.

그만큼 사이버공간은 현대판 마녀재판정이 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건 일반인이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 반대 진영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 도배질은 예삿일이 되고 있다. 최근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 선수는 도를 넘는 악플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연예인을 겨냥한 '자살이나 할 것이지'와 같은 악플도 눈에 띈다. 히말라야 등반 도중 참변을 당한 원정대에까지 악플이 따라붙는다. 현존하고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에도 플랫폼은 트래픽 장사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관리가 힘들다면 댓글 폐지까지 고려해야 할 지경이다. 지금 같아선 경찰에 한 해 수만 명이 체포돼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선플정치선언식, 위원회 구성 또는 선플의 날과 선플주간 제정으로 악플이 사라지진 않는다. 협약이나 선언은 좋으나 타인에 흉기가 되는 극단적인 댓글 앞에서 힘을 받지 못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SNS 공간에서는 더 극악해진다.

이를 입증해낸 익명성 실험도 있다. 순기능보다 폐해가 크다면 법을 강화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상습 악플러의 아이디 차단, 사이버 모욕죄 신설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시점이 됐다. 선플운동으로 악성 댓글을 이기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자정 및 자율규제에 이르는 거리가 너무 멀다. 악플, 그것이 표현의 자유 아닌 언어테러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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