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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의 아침단상 (511)] 안주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현옥란 기자

현옥란 기자

  • 승인 2018-11-08 10:52
염홍철 아침단상
염홍철 한남대 석좌교수
미국의 작가 엘리자베스 아펠의 <위험>이라는 짧은 시가 있습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날이."

이 시는 안전한 곳에 머물기 보다는 불확실하더라도 밖으로 나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누구나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다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으며 그 봉오리 속은 사실상 안전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류시화는 "변화는 고통을 의미하지만 봉오리 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더 고통스럽다"고 해설 했겠지요.

이와 관련해서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는 유명한 대사도 봉오리 속에 안주하는 것은 알에서 머무는 부화되지 않은 닭의 처지와 흡사합니다.

꽃이든 병아리든 안전한 곳에 머무르기를 선택한다면 사실상 존재의 의미를 잃지요.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줄탁동기'라는 말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의 노력과 함께 밖에서 어미의 조력이 필요함을 지적하지요.

그런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꽃이나 닭은 세상에 나와야 존재의 이유를 알리고 의무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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