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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한국판 블프'

경제과학부 전유진 기자

전유진 기자

전유진 기자

  • 승인 2018-11-11 09:59

신문게재 2018-11-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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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진 기자
얼마 전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젤리형 멀티비타민제를 보내주셨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정작 약국에서 사다 준 알약 형태는 삼키기 힘들다며 잘 먹지 않는 딸을 위해 검색을 거듭했다고 하셨다. 온라인 쇼핑이 익숙지 않으신 분인데 ‘해외직구’를 했다는 사실에 고마운 마음보다도 놀라움이 앞섰다. 정작 어머니께선 대수롭지 않게 넘기시는 모습에 해외직구가 일상이 된 것이 실감이 났다.

해외직구의 유래는 중국의 광군제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해외쇼핑 축제라고도 볼 수 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국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해 국경 없는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브랜드 제품이면 해외직구로는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사람들은 흔해졌다.



11월 초부터 대규모 할인과 각종 이벤트 등이 펼쳐졌던 이유도 그렇다. 광군제와 블프 2개의 대규모 해외 할인 축제가 있는 달이 바로 11월이다. 위협을 느낀 국내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총동원했다. 이에 온라인 업체인 티몬의 '타임어택', G마켓과 옥션의 '빅스마일데이'에 나온 특가 상품들은 연일 매진 행진이 이어졌으며 관련 상품은 포털 검색어에 올랐다. 위메프는 결제액의 5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블랙프라이스데이'로 일 거래액 480억 원이라는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대전 백화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할인과 프로모션 등으로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본래 비수기였던 11월이 연중 최고의 쇼핑 시즌으로 바뀌고 있다. 한 달 전쯤 끝난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가 이른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주도하는 할인 축제로 올해 3년째 열린 행사다. 하지만 언제 시작하고 끝났는지 소비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달 들어 진행하는 온라인 업계 등의 자연스러운 쇼핑축제가 진정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민간이 스스로 기획해 진행하다 보니 이벤트도 혁신적이고 할인 폭도 컸다. 관이 주도해 참여를 강요하는 식으로 기획된 코세페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코세페가 장기침체된 국내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시장 질서가 반영된 것이 아닌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해버린 모습이라 안타깝다. 올해만 34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들여 진행했다고 하는 데 예산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코세페는 존폐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한 걸음 물러나서 국내 유통기업들이 대내외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을 키우고 할인 행사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전유진 기자 victory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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