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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감시사회

정용도 미술비평가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8-11-12 09:37
정용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인간 본성의 선악에 관한 고찰은 철학적 사유의 오래된 주제였다. 플라톤에게 윤리학과 미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었다. 플라톤의 예술론이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전제하에 검열의 기원이 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사회의 문화적 지향이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사립유치원들의 정부 지원금 유용이 드러났고, 검찰의 수사로 요양병원의 비리가 드러났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탄생(유아)과 소멸(노인)의 영역을 축복과 경건함이 아닌 개인의 물질적인 탐욕으로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갈취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이기심, 타자성 같은 무관심한 태도를 넘어 근본적인 인간 파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현재의 상황들이 대다수의 인간이 본래 악한 존재로 철저한 훈육과 감시를 통해 교화해야만 할 대상이라는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



앞으로 수년 안에 인공지능 기술과 웨어러블 기기들이 수없이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응용될 것이다. 이미 아동학대 사건들이 빈번해 지면서 다수의 유아원이나 유치원 공간에 감시용 CCTV가 설치돼 운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빈발하는 의료분쟁으로 인해 병원 수술실의 CCTV 설치가 사회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 설치된 CCTV를 통한 개인들의 노출 횟수는 2016년 하루 평균 83회에서 2017년에는 150여회 정도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더 증가하지 않으리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영상 기술들의 감시용 응용은 범죄 소탕의 효율성과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인해 여론의 묵인 내지 소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감시 기술의 확장적 활용은 부정적인 면에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개인에 대한 잠재적 검열 가능성이라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불순한 세력에 의해 특정 개인의 생활이나 정보가 사적인 이익의 대상으로 악용된다면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짜뉴스만큼이나 엄청난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한국의 통신사들이 5G 장비의 선정에서 한 중국 회사의 기기를 제외시킨 가장 큰 이유는 정보탈취를 목적으로 하는 비밀스런 불법적 감시라 할 수 있는 해킹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해킹이나 정보유출에 대해 전체 사회 시스템의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성찰해 대응하지 못하고, 종합적인 차원의 운용 매뉴얼 없이 개별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개인이 개인을 믿지 못하고 개인이 국가 시스템을 불신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불신은 미래에 대해 훨씬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한 부정의 힘을 가질 것이다. 미래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자의 것이다. 현실을 개척하지 못하면 긍정적 미래는 창조될 수 없다. 현실의 매 순간 속에서 우리들은 최선의 선택을 함으로써 현실과 대결해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패러다임을 설계해주어야만 한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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