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교육
  • 교육/시험

[대전 근대건축물 기로에 서다-중] 망가지고 팔려가는 대전 근대건축물

뾰족집 소유주 세금체납으로 압류
상무관 보존 기관들로부터 외면
기업 매입 활용 의지 없는 경우 대다수

박수영 기자

박수영 기자

  • 승인 2018-11-22 19:29

신문게재 2018-11-23 1면

사진 수정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등록문화재 제98호).
(중) 홀대 받는 대전 근대건축물



근대 도시의 정체성을 지닌 대전의 근대건축물들이 외면받고 있다.

보존과 활용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근대건축물 매입이 필요하지만 대전시의 관심은 부족하기만 하다.



실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등록문화재 제98호)은 무엇보다 크고 작은 수많은 간판들로 건축 당시 외벽의 원형을 찾아 볼 수 없다.

가장 큰 간판은 건물 전면부 면적의 30%가량을 차지하기도 한다. 간판뿐만 아니라 1층 공간에는 전면 유리창이 설치돼 본래 건축양식 크게 훼손돼 있다. 뿐만 아니라 외벽의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곳도 다수다.

일본·서양 건축양식이 기묘하게 조합된 대흥동의 뾰족집(시 등록문화재 377호)은 시의 무관심 속에서 시민들에게 잊혀진지 오래다.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소유한 토지 및 건물에 7억원이 넘는 채권청구 금액이 걸려 있는 데다 세금체납으로 중구에서 이달 2일 토지를 압류한 상태다. 지난해 2월에는 강제경매로 넘어갈 뻔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도심노후청사복합개발 대상지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처한 구 충남경찰청 상무관 역시 관계 기관들로부터 외면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상무관 문화재 등록을 권고한 바 있는 문화재청은 소유자 의사 존중을 이유로 직권 상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개발을 추진하는 소유자 기획재정부도 여론을 의식해 보존 방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 또한 구 충남경찰청 상무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근대건축물 매수세에 대전시의 매입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다비치안경이 36억원에 매입한 구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등록문화재 제19호)은 현재 토지 및 건물가격이 100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공시지가(2018년 기준)와 면적을 계산하면 토지 가액만 78억원에 달한다. 당시 이곳은 체험학습형 안경사 박물관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상 이렇다 할 활용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이 건물은 기업에 의해 말끔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외벽을 덮은 현수막과 광고 스티커가 문화재를 가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문화재 전문가들은 일제가 남긴 근대 건축물 역시 아픈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차원에서 보존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량을 수탈하기 위한 산업시설은 물론, 일본인이 머물렀던 가옥 등 모두 우리의 근대를 보여주는 역사라는 점에서 근대 건축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근대 건축 전문가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는 "그간 대전의 수많은 근대건축물이 사라져 안타깝다"며 "앞으로 전문가의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한 보존활용으로 근대도시 대전을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간 근대건축물 매입 및 보존·활용에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며 "향후 문화재적 중요도에 따라 근대건축물을 매입하고 활용해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한윤창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