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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82. 국민이 '성난 황소'의 화살로 돌아선다면

부메랑의 배신, 그리고……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12-03 00:00
'여반곽이생교심춘(與潘郭二生出郊尋春)' 이는 소동파의 시로써 '모든 일은 봄날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라는 뜻이다. 소동파(蘇東坡)는 중국 북송 때의 제1의 시인이다.

그 소동파(1037~ 1101)의 수묵화 목석도(木石圖)가 약 670억 원에 낙찰됐다는 뉴스를 봤다. 지난 11월 26일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630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아시아 경매 최고가를 새로 썼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소동파가 시공까지 뛰어넘어 우리 곁에 성큼 다시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소동파와 연관된 사자성어 흉유성죽(胸有成竹)이 떠오른다. 이는 대나무 그림을 그리기 이전에 마음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 그림이 있다는 뜻이다.



즉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이미 계산이 모두 서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영웅, 나는 어떤 리더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지방근 지음 / 행복에너지 출판)는 가장 합리적인 리더는 이처럼 '흉유성죽'의 마인드가 우선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수(將帥)는 통상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용장(勇將)과 덕장(德將), 지장(智將)과 복장인데 이중 가장 부러운 장수가 바로 복장(福將)이다. 이는 인복(人福)을 얻어야만 비로소 가능한데 따라서 이가 진정한 리더(leader)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인복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베풀어야 한다. 우리 속담에도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했듯 리더가 되어 돈을 쓰지 않으면 수전노로 소문이 나서 부하직원들이 그의 말을 도통 신뢰하지 않는다.

다음으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990년대 말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 사건'을 기억한다. 그는 검거 후에 이런 말을 하여 많은 국민들을 새삼 놀라게 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자화자찬이겠지만 필자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무조건(!) 사랑과 칭찬만을 비료로 뿌렸다. 그 덕분에 두 아이가 모두 성공적으로 성장했다고 믿는 터다. 아무튼 리더란 이처럼 무관심과 막말이 아니라 관심과 격려로 초지일관해야 한다.

'축하(祝賀)는 모든 사람에게 동인(動因)이 된다. 자기 딸이 학교에서 작은 상을 하나만 받아도 마치 장원급제라도 한 양 온 가족이 고깔모자 쓰고 케이크를 자르며 축하해 준다. 그런데 부하직원의 승진이나 우수사원 선정에는 너무도 무심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형식적인 축하 한마디에 그치고 마는 그 심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나? 심지어 축하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기를 죽인다.' = 이 책의 P.72에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구절이다.

모두 100강(講)으로 구성된 이 책은 '관계의 베테랑인 리더'를 시작으로, '리더의 품격'과 '리더의 업무역량', '리더의 통솔력'에 이어 '리더의 꿈과 비전' 등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리더의 조건과 역량강화 등 알토란 같은 정보를 보석처럼 두루 꿰고 있는 수작(手作)이다.

이 책을 일독하고 덮노라면 많은 복을 쌓은 공덕(功德)으로 갖춰진 부처의 32상을 일컫는 백복장엄(百福莊嚴)이 오버랩 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금의 정치와 경제 풍향계를 들여다본다.

먼저 정치 분야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요즘 민노총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의 우군(友軍)이란 구실로 여기저기서 파업과 폭행을 일삼고 있음에도 경찰에선 손을 놓고 있다.

이는 정권과 코드를 맞춘 사법부의 진보 성향 판사들이 실로 어처구니없게 국가의 공권력인 정당한 경찰권 행사엔 유죄를 내리고, 반대로 민노총의 각종 불·탈법엔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잦아져서라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운동에 초점을 맞춘 소위 '촛불혁명'엔 필자도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그 어떤 콩고물조차 바라지도, 또한 콩 한 쪽 역시 받은 게 없다.

국민 대부분이 참여한 '촛불집회'를 자신들만의 전유물이자 승전보(勝戰譜)인 양 독점하는 민노총은 이제라도 각성해야 옳다. 청와대를 사실상 장악한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잇따른 각종의 실축(失蹴) 현상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걸출한 축구 스타일지라도 페널티킥에서 노골(no goal)만 연발하면 선수 선발에서도 배제되는 법이다. 이어 경제 분야를 보자.

11월 30일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나라 기업을 조사할 때 조사 대상 기업인 모두를 범죄자(criminal)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일갈했다.

그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은, 갈수록 험난해지는 국제무역과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각료들은 기업을 못 잡아먹어 혈안이 되고 있다는 또 다른 기업인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하는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말만 번지르르한 '소득 주도 성장'과 '탈(脫) 원전' 정책 등의 악수(惡手)는 '최저 임금 인상'과 그로 말미암은 극심한 불황과 폐업의 증가 등으로 맞물리면서 경제적 갈라파고스 신드롬 사태를 불러왔다.

이는 또한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계속하여 깎아먹는 부메랑의 배신으로까지 작용했다. 정치적으로 표백되고 이념적으로도 살균된 폐쇄적 마인드를 가진 이른바 좌파 계열의 시각으로 국가경제를 바라보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는 결국 침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난황소
얼마 전 한국영화 '성난 황소'를 봤다. '촛불혁명(촛불집회)'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희희낙락하면서 국민들은 안중에 없이 자기들끼리만의 리그를 만들어 정치와 경제를 멋대로 주무르고, 그러다 망치게 되면 결국엔 국민적 '성난 황소'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엄청난 저항까지를 자초하는 셈이다. 그릇된 흉유성죽(胸有成竹)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더욱이 모름지기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다는 인사들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덕장(德將)의 깜냥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담에 정권이 바뀌어도 가혹한 '적폐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세상사 권력무상이요, '여반곽이생교심춘'이다. 이제라도 나는 만인들에게 어떤 리더(leader)로 기억될까? 라는 화두에 고민하고 볼 일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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