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 축구

대전시티즌 2018년 결산(2) 응원소리 멈춘 서포터석 떠나간 팬심을 잡아라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18-12-12 17:50

신문게재 2018-12-13 2면

3E4A7620
대전시티즌의 승리 세레모니는 언제나 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승리후 팬들과 함께 만세삼창 외치는 대전시티즌 선수단(대전시티즌 제공)
대전시티즌의 2018시즌은 그야말로 '다사다난'이었다. 시즌 시작부터 불거진 구단과 팬과의 갈등과 방만한 선수단에 대한 비판 속에서도 11경기 연속 무패와 4강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업적을 남겼다. 불신-희망-좌절-환희가 교차했던 대전시티즌의 2018년을 돌아보고 이들이 남긴 숙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어서 와 감독은 처음이지? 초보 감독 고종수의 2018년



3. 대전시티즌의 영원한 숙제 '자생력'

4. 대전시티즌의 2019년 시즌 전망은?



"응원 소리 멈춘 서포터석, 떠나간 팬심을 잡아라"



서포터즈는 프로구단에 있어 가장 가까운 고객이다. 대전시티즌 서포터즈는 과거 팀이 해체위기를 겪을 당시 가장 먼저 거리로 나서 시티즌 살리기에 앞장섰다. 서포터즈가 시티즌의 모든 팬을 대표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팬심(心)의 바로미터임은 분명하다.

2018년 대전시티즌은 팀 역사상 팬심(心)과 가장 멀리 떨어진 한 해였다.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던 서포터즈의 응원 소리는 시즌 내내 침묵했다. 퍼플아레나의 남쪽 게이트에는 응원소리 대신 김호 대표의 행정을 비판하는 피켓과 현수막이 난무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것이 프로구단의 숙명임을 고려한다면 시티즌의 팬과의 소통은 낙제점에 가깝다.

대전시티즌과 팬들과의 지난해 11월 김호 대표의 부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대전시가 용인 축구센터장으로 있던 김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자 대전 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불명예 퇴진한 김 대표의 복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였다. 시티즌 팬들은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이하 정추위)를 조직했다. 정추위는 김호 대표의 감독 시절 불명예 퇴진에 대한 사유와 장기적인 구단 운영 계획 등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정추위에 대한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 과거의 일은 문제 이미 해결 됐다"며 맞섰다. 또한, 정추위의 활동을 '구단에 대한 외압'으로 규정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정추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 후보들에게 취임 후 시티즌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정추위에 참여하지 않은 서포터즈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도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수년째 구단이 제공했던 원정 버스 탑승을 거부했다. 팬과 구단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의 예산으로 제공되는 버스를 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이후 홈경기에서도 응원을 중단했다.

팬들과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이를 타파하기 위한 '팬과의 만남'이 추진됐다. 그러나 어렵게 성사된 간담회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간담회 방식과 절차를 두고 이견이 오갔고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간담회는 정추위가 참석 불가를 통보해 그들만의 간담회가 됐다. 이후 진행된 만남에서도 서로 간의 입장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됐다. 정추위측은 "간담회 내내 벽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본질적인 대화에 앞서 구단 수뇌부가 팬들을 존중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팬들과 시티즌의 서먹한 관계가 지속 되고 있던 가운데 지난 1일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대전과 부산의 플레이오프 원정경기에 서포터를 비롯한 대전시민 300여 명이 함께했다. 시티즌 측은 "원정응원 중단 이후 추진한 이벤트라 100명 내외로 판단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팬이 찾아와 놀랍고 감사드린다"며 "죽어있던 팬심(心)이 아직은 살아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시티즌 전 사장이라 밝힌 한 인사는 "지금의 팬심(心)은 떠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곳에 숨어 있을 뿐"이라며 "팬들을 관중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진정성을 보인다면 팬들의 마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