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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종이 호랑이 속 어머니가 남긴 편지…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박새롬 기자

박새롬 기자

  • 승인 2018-12-15 17:25
종이동물원
 황금가지 제공


누군가 『종이 동물원』을 읽는다면, 앞으로 종이로 접어 만든 동물들을 무심히 볼 수 없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과 어머니를 떠올리다 어느새 종이 동물 위로 눈물이 떨어질지 모르겠다.



켄 리우의 대표 단편선집 『종이 동물원』의 표제작에서 주인공 잭의 어머니는 미국인 아버지가 결혼 정보 카탈로그를 보고 선택한 여성이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홍콩 출신이라고 했지만 사실 모두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었다. 종이를 접어 동물을 만들고, 숨을 불어넣으면 살아움직였다. 어린시절의 잭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종이 동물들, 특히 종이 호랑이를 무척 아꼈다. 그러나 성장하며, 동양인의 눈을 가진 자신이 백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면서부터 어머니와 닮은 모든 것이 싫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동물은 모두 상자에 넣어 치웠고, 영어로 말하지 않는 어머니에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잭은 미국적인 것을 즐기는 미국아이로 자라며 성년이 될 때까지 어머니를 외면한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어머니를 잊다시피 한 그에게,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호랑이가 잭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접힌 종이 호랑이에 적혀 있는 어머니의 편지엔,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작품은 어머니의 변치 않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그 안쪽에 다문화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는다. 잭은 어머니가 겪은 과거의 역사를 받아들이며 중국계인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한다. 그의 아버지가 스타워즈 장난감을 사주며 잭에게 미국적인 것을 받아들이길 장려했던 것과 대조된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다문화시대를 맞이한 지금의 한국인과도 비슷하다. 움직이는 종이호랑이는 환상이지만 그 종이호랑이를 둘러싼 사람들은 현실 속과 다르지 않다.

책은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에 녹여낸 작품들도 대거 수록됐다. 한 과학자 부부가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이를 통해 일본군의 731부대의 잔학성을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패망하지 않은 일본이 강제징용을 통해 미국과 해저터널을 잇는다는 대체역사물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제주 4·3 사건의 아픈 역사와 닮은 대만 2·28 사건을 소재로 한 「파자점술사」, 서양 열강의 경제 침탈을 환상문학과 스팀펑크 장르로 다룬 「즐거운 사냥을 하길」 등 국내 독자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끌어낼 여러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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