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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2018년 12월'이 나에게 주는 의미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12-14 00:00
달력
오늘 아침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며 문득 앞면에 있는 달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벌써 12월 중순이라는 점에 새삼 놀랐습니다. 직업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내 개인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게 날자는 어느 달 며칠이라는 의미보다는 어떤 요일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학기 중에 어느 요일에 어떤 수업이 있는가를 기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떤 수업을 했는가를 보고 한 주가 지나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16주의 수업을 마치게 되면 학기가 끝나게 되고 방학을 시작하게 되기에, 몇 번의 수업을 해야 하고 어느 요일의 수업을 해야 하는 가를 주로 기억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보게 된 달력에 12월이라는 큰 글씨가 새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2018년 한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의 마지막 달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한해의 마지막 달이 벌써 중반이 지나가 버렸다는 것에 조금은 당혹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세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시간이 이렇게 흐름에 대해서 너무나 둔감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 속에 올 한해 무엇을 했는가를 떠올려 봤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에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의 기억을 하려고 노력해도 별 다른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것은 성탄절이 되어서야 한해가 지나감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도 올해와 같이 한해가 지나감에 대해서 둔감하게 그냥 보냈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가고 시간이 지나감에 둔감하다는 것은, 한편으로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나감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 경우를 곰곰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 가지 의미가 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기 중에는 매주 정해진 수업을 하고, 정해진 일들을 하느라 시간이 지나감을 느끼지 못했고, 또 이렇게 정해진 일들만을 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무의미하게 지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편으로는 해야만 하는 정해진 일들을 하느라 바쁘게 지냈고, 그 속에서 시간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그냥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한해를 반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한해에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수업이나 연구 등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물론이고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한해의 목표로 삼아 일을 하고, 그러한 계획들에 대해서 한해의 마지막 12월에 한해를 반성하고 그것을 기초로 또 다른 한해의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반성이나 계획을 세우는 일을 중단하고 또 포기하면서 한해가 지나가는 의미에 대해서 점점 둔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변화는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외부적인 이유가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롭게 추진하고자 했던 계획들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적인 장애나 장벽 또는 불합리한 결정 등등의 이유로 무산되면서 점차 동력도 잃게 되고, 또 그것으로 인해서 내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의지도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몇 번 겪게 되면서 시간의 흐름이나 세월의 의미를 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일과 해야만 하는 일만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12월이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탄절이 다가오고, 성탄미사에 가서야 비로소 한해에 대한 잠깐의 반성을 하게 되는 다소 무덤덤한 반복되는 12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달력에 적힌 12월이 내게 순간적으로 번쩍 스치는 의미를 주었습니다. 이렇게 무의미하고 건조하게 또 한해를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올 한해를 돌아보면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8월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입니다. 아버님의 소천을 슬퍼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보내드리려고 했고, 매주 일요일 묘소를 참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떠나가심에 대한 허전함과 아쉬움은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생전에 내게 원하시고 바라셨던 것들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죄송함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아쉬움과 죄송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간과 세월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고 더 많은 노력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무의미하게 살아온 시간과 특히 올 한해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지나감에 대한 반성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냥 주어진 일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것'으로만 여기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만 하는 주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수동적이기 보다는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계획하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주어진 일이 많고 해야만 하는 것들로 인해서 새로운 것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과거 해오던 방식으로 그냥 처리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하고자 하는 새로운 일을 할 시간과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아마도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간으로 한해를 보낸다면, 아마도 오늘과 같이 12월을 맞아 후회와 반성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2018년 12월은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냥 한해를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젠가부터 무의미하게 그냥 흘러 보낸 시간과 세월에 대한 반성이 그것입니다. 비록 외부적인 이유로 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것을 실천하지 못했던 이유와 원인을 찾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비록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해 놓은 것이 없기는 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을 통해 내년에는 '이것을 이루었다'는 결과를 내도록 하려고 합니다.

한해가 이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한해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면서 행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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