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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올해는 갑질없는 사회를 꿈꾼다

입력 2019-01-02 11:56   수정 2019-01-02 15:33
신문게재 2019-01-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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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내 나이 불혹을 한참 지나 사회생활을 한지 어느 덧 인생의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두 번의 이직을 거쳐 현재의 직장에 안착했다. 취준생들이 목숨 건다는 토익시험을 본 적도 없고, 전문자격증을 따기 위해 동분서주 한 적도 없었다. 내게 취업이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회가 닿았고 결과도 좋았다. 그러고 보니 현재의 취준생들이 대놓고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든 IMF의 한파는 피해갈 수 없었다. 경제 불황이 계속되자 몸담았던 회사가 경영위기에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고, 아예 폐업을 하기도 했다. 직장생활 동안 요즘 직장인 10명 중 9명이 겪었다는 '직춘기(직장생활 사춘기)'도 거치고, 한창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갑질'도 겪었다.

특히 올해 갑질은 외신에서도 보도될 정도로 화제였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 갑질부터 기업 오너들의 막말, 패스트푸드점 손님이 아르바이트생 얼굴에 햄버거를 내던진 일까지 갑질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갑질'이라는 용어는 2013년 '라면 상무 사건'과 '남양유업 대리점 사건'을 계기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라면 상무 사건'은 2013년 4월, 포스코에너지에 다니던 A상무가 '라면이 덜 익었다'며 손에 들고 있던 잡지로 승무원의 눈두덩이를 때린 사건이며, '남양유업 대리점 사건'은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를 강요하면서 막말과 욕설을 퍼부어 '갑의 횡포'로 이슈화된 사건으로 남양유업은 이후 불매운동과 더불어 나쁜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땅콩 회항 사건'도 있었다. 조현아가 당시 이륙 준비 중이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 채로 줬다며 서비스를 문제 삼아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리고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켜 물의를 빚었다. '땅콩회항' 조현아에 이어 '물벼락 갑질' 조현민 그리고 '폭력 동영상과 욕설 녹취록' 이명희 이사장 파문 등 한진그룹 일가의 '슈퍼 갑질'이 연이어 터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직장갑질 지수는 35점(100점 만점)으로, 100개 회사 중 35개에서 갑질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듯 갑질이 되풀이 되는 상황에 대해 한 전문가는 "갑질을 해도 되는 분위기라 갑질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갑'은 회사가 자기 소유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노동자를 노예 취급하고 '을'은 '회사의 사장이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폭언과 욕설, 협박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규정했다.

하지만 사업주가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했지만, '양진호 사건'처럼 사업주가 가해자일 경우에는 있으나 마나다. 또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고, '괴롭힘' 구체적인 기준도 모호하고 피해자가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게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직장 갑질을 법적으로 금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한계로 지적된 문제들은 차차 수정하고 보강해 나가면 될 것이다.

미세먼지 보다 작은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한 회사에서 갑질까지 당한다면 지금의 청춘들에 너무 잔인한 일이다. 신년에는 이 같은 갑질이 사라지고 행복한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옥란 편집부장

현옥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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