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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나이퍼 sniper] 5. 또 다른 '내로남불'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01-23 00:00
지난 1월 19일자 한국일보에는 <저격수보다 막말러 이미지 손혜원, 미운털 박혀 여론 뭇매 자초>라는 기사가 올랐다. 내용을 잠시 보자면 이렇다.

=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 구역 내 투기 의혹에 대해 진위 논란이 치열하다.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손 의원의 조카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 등 명의로 역사문화공간 내에 있는 건물들이 집중 매입된 게 골자다. 상당수가 문화재로 등록되기 전에 거래됐고 이 지역이 문화재로 등록된 이후 건물 값이 뛰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정쟁의 한복판으로 빨려 들었다. (중략)

"여권에선 냉정하게만 봐준다면 손 의원과 관련된 의혹은 어렵지 않게 해소될 거라는 반응이 우세합니다. 다만 손 의원이 평소 대중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 있어 좀 더 가혹한 여론재판을 받을 것을 우려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미워 죄가 되는 형국이란 겁니다." (국회팀 카톡방에서의 기자들 대화 내용)"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부동산 투기범을 가장 경멸하고 또한 증오한다. 그럼 부동산 투기가 나쁜 점은 왜일까?

부동산 중 특히 주택(아파트, 단독주택 등)은 사람들의 삶의 근간이 되는 실물자산이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필수재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이 대상에 투기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그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가야 할 실수요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사야 한다. 때문에 투기가 나쁜 것이며 이러한 투기꾼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법적 제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 구역 내 투기 의혹은 어떤 방법으로든 규명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 뉴스를 보면서 백범 김구 선생께서 말씀하셨던 "눈길을 걸어갈 때는 어지럽게 걷지 말라.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는 때문이다"라는 명언이 떠올랐다.

흔히 하는 말에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것이 있다. 하지만 300년 동안이나 부(富)를 누린 가문이 있었으니 그 집안이 바로 '경주 최 부잣집'이다. 경주 최 부잣집은 1600년대 초반에서 1900년 중반까지 무려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부를 누렸다.

그러다가 나라가 망하자 마지막 최부자였던 최준(1884∼1970) 선생은 재산을 정리하여 상해임시정부에 나라를 되찾는데 쓰라며 독립군자금으로 보냈다.

광복 후에는 인재양성을 위해 남은 전 재산을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청구대'와 '대구대학' 설립에 쏟아 부은 후 스스로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고 한다. 정말 멋진, 그리고 진정한 남아였다!

그렇다면 경주 최 부잣집은 어찌했기에 300년 동안이나 부를 건사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최 부잣집 가문이 지켜온 '여섯가지 가훈(六訓)'에 있었다.

= 첫째, 절대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 둘째, 재산은 1년에 절대로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 셋째,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 넷째,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사지 말라 / 다섯째,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낡은 무명옷을 입혀라. / 여섯째,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중의 압권이자 어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넷째 가훈인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사지 말라'였다. 지금도 최 부잣집 안채 마루에는 쌀뒤주가 놓여 있다. 그 뒤주는 가난한 이웃을 위한 것으로 1년 365일 항상 대문 밖에 내놓았다.

누구든 필요한 만큼 퍼가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양식을 구하러 온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깊은 배려가 숨어 있었음을 봐야 한다. 이 같은 철저한 배려와 나눔 덕분에 구한말 굶주린 백성들이 도적떼로 변해 부잣집을 약탈하는 등 부자들이 수난을 겪을 때도 오히려 최 부잣집은 그들이 호위하며 지켜주었다고 한다.

KBS 정치외교부 황현택 기자는 대한민국 국회보 2019년 1월호 취재수첩에 '국회 출입기자의 밥값'이란 글을 기고했다. 이에 따르면 국회 등록기자가 현재 1650명쯤 된다고 했다.

이는 "의원 한 명당 5.5명꼴인데 이 정도의 포위망이면 의원은 이미 '독 안에 든 쥐' 신세다"라고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국회의원은 오해를 사지 않게끔 매사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조차 매지 말았어야 옳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물상직'의 마음가짐을 항상 준수했어야 함은 당연지사였다. 참고로 '물상직'의 의미는 이렇다. 1950년대를 전후로 어촌에 면사 그물이 보급되었다. 면사로 만든 그물은 바닷물에 쉽게 부식됐다.

그래서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히기 전에 그물을 끌어올렸다. 물고기가 너무 많이 잡히면 면사로 만든 그물이 터지는 때문이었다. 이를 감시하는 역할이 '물상직'이다. 선원 중에서 가장 어리고 경험 없는 소년이 맡았다(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의 1월 11일자 동아일보 기고문 참고).

손혜원 의원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서도 막말을 하여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내가 하면 참말이지만 남이 하면 막말(내참남막)이라는 사고방식(思考方式)은 또 다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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