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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선택의 어려움과 기준의 필요성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고미선 기자

고미선 기자

  • 승인 2019-01-29 14:27

신문게재 2019-01-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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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1.A씨가 주변의 집들을 살펴보니 일반고를 선택하여 수시로 의대를 간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던 아이의 말을 떠올리며 일반고로 진학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회식에서 부장님의 아들 자랑에 고민이 많아졌다. 의대는 아니었지만 자사고를 진학하여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왔던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사고를 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부터 아침에는 일반고, 퇴근할 때는 자사고라는 결론이 반복되었다.

#2.B씨는 요며칠 부쩍 야윈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딸이 이번에 대학에 합격했다고 했다. 축하할 일인데 얼굴은 왜 그러냐고 되물었더니 두 개 학교를 붙었는데 어디를 가야할 지 몰라 밤잠을 못 이룬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원을 할 때 이미 고민을 했었던 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후회만 더 크게 할 것 같아 말을 잇지 못했다.

◇선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준이 없기 때문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늘 고민하기 마련이다. 고민 없이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결정된 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상황은 이미 최선이 없는 상황에서 "차선"과 "차차선" 중의 하나를 고르는 것에 불과하기에 고민의 깊이가 깊어지고, 그 고민의 상황 자체도 반복되어 나중에는 지쳐서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선택이 어려운 것은 기준이 명확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차선·차차선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선택할 때의 기준이 분명하다면 생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고민을 하는 데 있어서의 순서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즉, 어떤 고민이든 그 고민의 출발은 기준이고 그 다음이 구체적인 방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준의 수립과 결정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이고 구체적인 방법의 문제는 현실적이고 당면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집중하거나 나아가 집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기준이 없거나 자꾸 잊기 때문에 방법만 챗바퀴 돌 듯

1의 상황에서 이런 질문들이 이어질 때가 있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 일반고를 가기로 결정했는데, 분위기 좋은 일반고와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내신 받기 쉬운 일반고 중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어서 최초의 기준이 '내신을 잘 받는다'에 위배된다. 즉, 고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런 고민을 하느냐 물으면, 예외 없이 아이가 워낙 분위기를 잘 타는 성향이어서 주변에 휩쓸리다 보면 공부를 못할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이의 성향이 주변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최초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내신을 잘 받는 것이 최초의 기준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질이 비교적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 고등학교가 최초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기준이 바뀌게 되면 결정의 토대가 될 자료도 다른 것으로 바뀔 것이고, 그를 수집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이 두 질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된다. 끝나지 않고 반복되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항변할 수밖에 없다.

◇가치와 결과, 기준과 방법에 대한 전도(轉倒)

이처럼 기준과 방법이 전도되는 현상은 가치와 결과 사이에도 흔히 일어난다. 모든 가치는 결과에 우선하지만, 결과만을 생각하고 가치를 외면하기 때문에 1·2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결과의 기준만 존재하고 가치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생기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무관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 기준에 있는 것이며, 자신의 가치 기준이 명확하다면 그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상상하고 실현할 수 있다.

/김병진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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