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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포클랜드 전쟁과 일본의 우경화

장수익(한남대 문과대학 학장)

원영미 기자

원영미 기자

  • 승인 2019-01-31 10:49

신문게재 2019-02-01 23면

장수익
장수익(한남대 문과대 학장)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를 이끄는 정권의 힘은 오로지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만약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하다면 어떻게 할까.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내치를 잘해서 지지를 받고자 할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에 1980년대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달랐다. 당시 남미의 여러 나라처럼 아르헨티나도 군부독재 상태였다. 하지만 군부독재도 국민의 지지가 필요했기에 독재정권은 국내 반대 세력을 강력하게 탄압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경제개발로 국민의 불만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러나 만연한 부정부패 속에 시행된 경제개발은 극심한 빈부 격차와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국민의 불만이 극도에 달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일어났다.

포클랜드 전쟁은 아르헨티나가 남대서양의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침공함으로써 발발했다. 따라서 이 전쟁은 영토분쟁이라 하겠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아르헨티나 정권의 국내 정치용 전쟁으로 볼 수도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국민들의 불만이 터질 것 같게 되자 그것을 모면하려 일으킨 전쟁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국민은 승전을 위해 정권에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물론 아르헨티나 정권의 시도가 터무니없지는 않았다. 당시 영국은 IMF 구제금융의 첫 국가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에서 수천 Km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독재정권을 용인해 준 미국의 지지도 기대되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영국은 대규모로 군대를 보냈고 미국의 지지도 없었다.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항복으로 끝났고 패배한 독재정권도 국민에 의해 무너졌다.

이 포클랜드 전쟁은 국가와 정권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국민은 국가를 반대할 수 없어도 정권은 반대할 수 있다. 이것이 현대 민주국가의 특성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은 국가와 정권을 동일시하고 정권의 안위를 위해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던 것이다.

동아시아의 현대사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다. 과거 군국주의 체제하의 일본 정권이 그것이다. 왕을 정점으로 삼았던 군국주의 정권은 일본이라는 국가와 정권 자체를 동일시하였다. 그리하여 우선 많은 일본 국민으로부터 희생되었으며, 2차 대전의 패배로 일본 자체가 없어질 위험에 빠뜨렸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의 최근 시정연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연설에서 개항 이후 일본에 다가온 '여러 곤란을 야마토 정신으로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야마토'는 겉으로는 일본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군국주의 정권이 일본 국민을 전쟁으로 몰아넣을 때 썼던 말이다. 일본의 평화헌법을 전쟁이 가능하게 고치려는 그의 소신이 드러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우리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을 보면 정권에 대한 지지를 높이려 외부와의 갈등을 택했던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타국 국민이지만 일본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는 한국의 국민으로서 일본 국민에게 민주주의보다 정권 중심적 국가주의로의 전환을 수용할 것인지 묻고 싶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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